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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400여 년 전 류성룡 일상이 담긴 <대통력>의 귀환

일본 소재 한국문화재, 경자년(1600년)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 첫 공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11월 24일 아침 10시 30분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일본에서 환수한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아래 대통력)를 언론에 공개한다. 대통력은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책력(冊曆)으로 농사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지침으로 활용되어왔으며, 이번에 환수한 유물은 경자년(1600년)의 대통력이다. 이번 유물은 김문경 교토대학 명예교수의 제보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으며,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은 정보 입수 이후 여러 차례 면밀한 조사를 거쳐 지난 9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 : 1599년 간행(금속활자본) / 크기: 전체 38×20cm

* 책력 : 천체를 관측하여 해와 달의 운행과 절기 따위를 적은 책

 

 

소장자는 책력에 자신의 일정이나 감상을 적어두는데, 이번 유물도 그 여백에 묵서(墨書)와 주서(朱書)로 그날의 날씨, 일정, 약속, 병세와 처방 등이 기록되어 있다. 기재된 필적과 주로 언급되는 인물, 사건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서애 류성룡(柳成龍, 1542~1607)의 문집인 《서애집》 가운데 류성룡의 연대기가 기록된「서애선생연보(西厓先生年譜)」와 내용을 대조해 본 결과, 서애 류성룡의 수택본(手澤本)으로 추정된다.

* 수택본 : 소장자가 가까이 놓고 자주 이용하여 손때가 묻은 책

* 묵서 : 먹물로 쓴 글씨

* 주서 : 붉은색 글씨

 

 

 

임진왜란 때 군사 전략가로서 활약한 서애 류성룡 선생의 기록이자 「서애선생연보」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을 포함한 기록이라는 값어치 말고도 ▲ 국내 현전하지 않는 경자년(1600년) 대통력이라는 점, ▲ 임진왜란 시 포로가 되어 일본에 압송되었던 강항(姜杭, 1567~1618)의 귀국 등 경자년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 가철(假綴)된 표지에는 임진왜란기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이 부하 장수들의 만류에도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탄환을 맞고 전사한 상황을 묘사한 기록도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료적 값어치를 더한다.

* 가철(假綴) : 책의 원표지가 없어 종이 등을 사용해 임시로 매어둔 형태

 

이번 환수는 류성룡 선생의 종손가 소장 자료들인 보물 「유성룡 종가 문적」에도 빠져있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찾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으며, 향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전하게 보존ㆍ관리하면서 조선시대 과학문화재들과 함께 류성룡 관련 원천 자료로서 연구ㆍ전시 등에 폭넓게 활용할 예정이다.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 표지 기록 탈초 및 번역

 

業甚饒 余曰 倭等將行 有恒頓 爲之一笑 □…

先已又言 初汝諧 在古今島 聞余被論罷 □…

太息曰 時事一至於此乎 自是每於船中 酌水 □…

戰日 親當矢石 褊裨陣止曰 大將不宜自輕 □…(不추정)

[聽] 親出督戰 旣而爲飛丸所中而死 嗚呼 □…

 

… 과업이 매우 많다. 내가 말하기를 “왜군들은 장차 떠나려고 할 때 항상 머리를 조아려서 한바탕 웃었다”고 하였다. □…

이에 앞서 이미 또 말하였다. 당초 여해(汝諧)가 고금도(古今島)에 있을 때 내가 논핵을 받아 파직된 것을 듣고 □…

크게 탄식하기를 “시국 일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가”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매번 배안에 있을 때는 맑은 물을 떠놓고 □…

전쟁하는 날에 직접 시석(矢石)을 무릅쓰자, 부장(副將)들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만류하며 말하기를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하시면 안 됩니다. □… ”라고 하였다.

(그러나 듣지 않고)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하였다. 아아! □…

 

                                                                          (탈초 및 번역: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