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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환경보호 위해 이윤추구 포기하는 기업은 없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8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관한 언론 보도가 늘어나자 국민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환경운동가들은 물론 가정주부, 그리고 초등학생까지도 알고 있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주말에 봉평 집에 놀러 온 초등학교 3년생과 초등학교 6년생인 손녀에게 지구온난화를 물어보니 안다고 대답한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북극곰이 멸종되고 등등 거칠지만,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물어보니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라고 정답을 말한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민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국민의 환경의식이 바뀌자 기업으로서도 친환경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친환경 경영을 표방하는 많은 기업은 “우리 회사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친환경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하여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친환경 기업이라는 광고가 얼마나 진실성이 있는지는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다. 실제로는 친환경이라고 보기 힘든 제품과 생산과정임에도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소비자를 어지럽히는 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이러한 광고와 현실의 불일치를 지적하기 위하여 등장한 새로운 용어가 ‘위장환경주의’다.

 

‘위장환경주의(green washing)’라는 용어는 1980년대 말 환경운동가인 제이 웨스트벨트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피지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호텔에 갔다가 “환경보호를 위해서 수건을 재사용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실제로는 환경을 위한 문구가 아니라 세탁비용을 줄이려는 의도였음을 깨닫고서 이 용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나 연극에서 흑인 역할을 백인이 맡아 흑인의 존재감을 지우는 것을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라고 부르는 데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위장환경주의를 사전에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상품의 친환경적인 특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며 광고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말로는 친환경이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허위일 수가 있음을 경계하는 용어라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위장환경주의의 사례는 코카콜라의 광고를 들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 세계 쓰레기 브랜드 조사’에서 코카콜라가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쓰레기 브랜드 조사는 매년 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이 참가하는 시민 참여 해양 환경 정화 활동으로, 지난 1986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후원 아래 미국 텍사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2020년에는 55개국에서 1만 4천734명이 참여해 34만 6천494개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여 분류 조사하였는데, 코카콜라 회사 제품인 플라스틱 쓰레기는 51개 국가에서 13,834개가 수거되어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였다.

 

 

환경단체들이 코카콜라 회사를 비난하자 2019년 10월 3일 코카콜라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코카콜라의 새로운 용기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제품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84개 해안에서 모은 플라스틱 폐기물 25%가 들어있는 페트병이라고 소개했다.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코카콜라가 홍보한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이미지 관리를 위한 홍보물이었다. 제작 개수도 고작 300개였다. 실제 판매도 하지 않는 홍보용으로 만든 제품을 가지고 코카콜라는 마치 자신들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더욱이, 코카콜라는 환경보호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 활동도 활발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고만 그럴듯하게 했던 것이다.

 

위장환경주의는 기업의 이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을 태워서 전기를 만드는데,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석탄을 태우면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는 산성비의 원인물질이다. 화력발전소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에 대한민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2018년 착공해 2024년 준공을 앞둔 이 화력발전소의 이름이 ‘삼척블루파워화력발전소’다. 포스코 건설이 건설하고 있는 이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의 이름은 ‘포스파워화력발전소’였는데, 블루파워라고 중간에 이름을 고쳤다. 블루(blue)라는 영어단어를 이름에 포함시켜 은근히 친환경적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삼척블루파워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 최소 30년 동안 1년에 1,3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1,229만t보다 많은 양이다. 세계적으로 화력발전소는 퇴출이 대세다. 어떻게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정부에서 승인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포스코 건설이 강력한 로비를 하여 삼척시의회를 설득하고 삼척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청와대 앞에까지 가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화력발전소를 승인하라”라고 시위하였다고 한다. 지역경제는 살아날지 몰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 위태롭다.

 

필자가 경험한 위장환경주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007년에 공약 제1호로 발표한 사업의 명칭은 원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2008년 1월에 한반도 대운하 추진위원회까지 만들어 속전속결로 운하를 건설할 기세였다.

 

그러다가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가 일어나고 점점 불어난 시위대의 구호 가운데 “한반도 대운하 반대”도 있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에 “국민이 반대하면 한반도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물러섰다. 그러다가 2008년 12월 ‘4대강 정비 사업’이 발표되었다. 4대강을 정비하여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막겠다는 사업이다. 내용상으로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여서, 필자는 찬성하는 견해였다.

 

그러다가 2009년 6월에 ‘4대강 정비 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기본설계가 발표되었다. 필자가 검토해보니 6달 전에 발표한 내용을 완전히 바꿔치기한 사업이었다. 내용은 반환경적으로 바꾸었는데, 강을 살린다고 친환경적으로 이름을 붙였으니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일반 국민은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단체에서 반대해도 국민은 “아니, 강을 살린다는데 왜 반대하는 거야. 환경단체에서는 강을 살리지 말자는 거야?”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강 살리기 사업이 끝난 후에 강이 살아났는가? 낙동강과 금강은 해마다 여름 녹조로 신음하고 있다.

 

대기업 누리집을 들어가 조사해보면 친환경기업이 아닌 기업이 없다. 모두가 친환경, ESG 경영을 강조한다. 새로 건설하는 아파트는 모두 친환경 아파트라고 선전한다. 광고가 진실을 가리는 시대다. 속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설립 목적은 이윤 추구다. 그러므로 환경보호를 이윤 추구보다 우선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지구온난화로 전 인류가 위기에 처한 이 시대에 이윤 추구와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보고 싶다고 말하면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