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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스트라디바리우스에 150년 앞선 탁영거문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9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 중기의 사대부 화가 낙파 (駱坡) 이경윤( 李慶胤, 1545∼1611)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에는 한 남자가 달을 보며 무심하게 거문고를 탑니다. 그런데 이 거문고는 줄이 없는 무현금(無絃琴)입니다. 줄이 없는 것이 거문고일 수가 있나요? 중국의 도연명이 음악을 모르면서도 무현금 하나를 마련해 두고 항상 어루만지며 ‘거문고의 흥취만 알면 되지 어찌 줄을 퉁겨 소리를 내야 하랴.’했다는 그 무현금이지요.

 

 

선비들이 마음을 닦기 위해 연주했다는 거문고. 그래서 줄이 없어도 가능했던가 봅니다. 거문고를 즐겼던 안평 대군(安平大君)과 임영 대군(臨瀛大君)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세조는 배우지 않았어도 거문고를 잘 타서 아버지 세종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피리를 불자 학이 날아와서 춤을 추었다는 세조는 그러나 거문고로 마음을 닦은 것이 아니어서 조카 단종을 죽였는지도 모릅니다.

 

“아! 이 오동은 / 나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 서로 기다린 게 아니라면 / 누구를 위해 나왔으리오.” 위 시는 지금 전해지는 거문고 가운데 오래됐다는 ‘김일손 거문고’(다른 이름 ’탁영거문고‘)에 새겨진 것입니다. ’김일손거문고‘는 탁영 김일손(1464~1498)이 27살이던 성종 21년(1490)에 100년 된 헌 문짝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김일손은 무오사화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연산군 4년(1498) 그의 나이 34살에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영원히 ’김일손거문고‘에 살아 있습니다. 1644년에 만들어진 서양 현악기의 걸작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보다 무려 150년이나 앞선 탁영거문고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