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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있는 집안의 잔치 '히나마츠리'

맛있는 일본이야기 < 680 >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3월 3일인 어제, 일본은 “히나마츠리” 날이었다. “히나마츠리(ひな祭り)” 란 여자아이가 있는 집안에서 장차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덜기 위해 시작한 인형 장식 풍습으로 이때 쓰는 인형을 “히나인형(ひな人形)”이라 한다. 히나마츠리를 다른 말로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히나마츠리를 음력 3월 3일날이었지만 지금은 양력으로 치룬다.

 

히나마츠리 열기가 얼마나 큰지 거리에는 붉은색의 히나인형을 파는 곳이 많을뿐더러 크리스마스카드처럼 히나 카드도 인기다. 히나인형은 3월 3일 이전에 집안에 장식해 두었다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치우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히나인형 판매의 절정은 2월 한 달이다. 이때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국에 걸쳐 크고 작은 히나인형 판매 경쟁을 보게 될 것이다. 원래 히나인형은 집안에 손녀가 태어나면 할머니들이 선물하는데 히나마츠리 날에도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히나인형은 가지고 노는 인형이 아니라 집안에 장식해 놓는 인형이라 도쿄처럼 집이 좁은 곳에서는 보통 2단짜리 히나인형을 장식한다. 하지만 집이 크면 3단 또는 5단짜리 인형을 장식하는 집도 있다. 장소를 많이 차지하기에 좁은 집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히나인형 장식의 구조를 보면 제일 위 칸은 화려한 궁중의상의 일왕 부부가 앉아 있다. 그 아래 단은 궁녀 인형을 올리고 그 아래 단은 악사들이 자리하는데 단이 많을수록 비싸고 화려하다.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인지라 향보연간(享保年間, 1716~1735)에는 소비조장이라 해서 막부정권에 의해 한때 규제된 적도 있을 만큼 초호화판 인형부터 소박한 인형까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인형을 치우는 것이다. 헤이안시대(794 ~1192) 에는 “히나나가시”라 해서 종이인형을 만들어 강물에 떠내려 보내기도 했는데 이것은 딸에게 닥칠지 모르는 나쁜 액운을 인형이 전부 가지고 가라는 뜻이며,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강물에 인형을 떠내려 보내는 행사를 거르지 않고 하는 곳이 있다.

 

일본의 꽤 오랜 풍습으로 딸을 둔 집안은 히나인형을 선물하고 아이가 무럭무럭 병 없이 잘 크기 바라는 “히나마츠리”는 외국인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한 행사다. 지난 2월, 일본 여행을 한 외국인들은 호텔이나 역전 로비 등에 장식해 놓은 히나인형을 많이 구경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