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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먹고 오리발을 내미는 세상

허홍구, <이상하다>
[겨레문화와 시마을 15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상하다

 

                                             - 허홍구

 

   마주 앉으면 싸우는 놈들 있다.

   눈살 찌푸리게 하고 짜증 나게 한다.

   더럽고 험한 말 하는 입에는

   악취가 풍기지만 저들만 모른다.

 

   거짓말 같은 참말도 있다고 하더라만

   참말 같은 거짓말도 있다고 하더라!

   누구의 입에는 오리발이 붙었다 하더라

 

   곳곳에 땅이 흔들리는 지진이 일어나고

   산불이 나고, 산이 무너지고 이상하다.

   세계 곳곳에 기후도 이상해져 간다.

   사람도 세상도 점점 더 이상해져 간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세상이고

   자식은 또 부모를 죽이는 미친 세상이다

 

   무엇이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무슨 까닭일까? 그냥 있을 건가?

 

 

 

 

물속을 헤엄치면서 사는 오리발에 있는 물갈퀴가 뭍에 사는 닭에게는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 우리 옛 속담에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라는 것이 전한다. 닭을 잡아먹고는 '내가 먹은 건 닭이 아니라 오리다.'라고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며 오리발을 증거랍시고 보이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특히 정치판에서 정당이나 정당 내 파벌의 우두머리가 소속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들에게 명절이나 선거철 등에 비공식적으로 또는 정기적이나 부정기적으로 주던 음성적 활동자금도 오리발이라고 했다. 판공비처럼 원래 정치활동에 쓰라고 주지만, 공적 자금이 아니어서 생활비로도 쓰는 등 정치인들이 하나의 비자금처럼 썼다. ‘받은 자금을 어디에 썼는가?’나 또 ‘우두머리는 이 자금을 어디서 마련해서 주는 것인가?’라는 것은 서로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한 정당의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것이 정말 오리발인지 아니면 그 오리발도 이젠 통하지 않는 세상인지?

 

따라서 ‘오리발’은 원래의 역할과 달리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 허홍구 시인은 “마주 앉으면 싸우는 놈들 있다. 눈살 찌푸리게 하고 짜증 나게 한다. 더럽고 험한 말 하는 입에는 악취가 풍기지만 저들만 모른다.”라고 읊조린다. 그러면서 “누구의 입에는 오리발이 붙었다 하더라”라며 나발을 분다. 산이 무너지고 세계 곳곳에 기후도 이상해져 가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은 또 부모를 죽이는 미친 세상이 되어버렸단다. 허 시인은 ‘무엇이 우리를 미치게 할까’라고 묻는다. 그에 나는 대답한다. 우리 겨레가 가장 종요롭게 생각했던 ‘더불어 살지 못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지 않을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