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업 선생의 “말꽃타령”이란 책에 보면 이탈리아 말 애기가 나옵니다. 이탈리아도
예전에는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말을 업신여기고, 라틴말을 쓰면서 우쭐거렸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죽으나 사나 이탈리아 말 밖에 쓸 수 없었지만, 귀족들은 라틴말을 쓰지 않으면 사람 구실을 못하는 줄 알았지요. 예전 우리나라 지배층이 한자를 숭상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13세기에 프란체스코라는 성인이 이탈리아 말로 설교를 하고 글을 쓰고 시를
지었습니다. 그 뒤 14세기 이분에게 감화를 받은 단테가 《토박이말을 드높임》이라는
논설을 라틴말로 써서 귀족들에게 돌리고, 이탈리아 말로 위대한 서사시 《신곡》을
지었지요. 이것이 이탈리아 말로도 시를 짓고 학문을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어,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 같은 사람이 뒤따르면서 토박이말로 세상을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