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솥 위에 시루를 얹어놓고 떡을 찌던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시루는
떡이나 쌀 등을 찔 때 쓰는 한국 고유의 찜기인데 떡시루 말고도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던 콩나물시루도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시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나진 초도패총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상고시대의
시루 모양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데 바닥 구멍은 꽃잎 모양으로 뚫려 있고 쇠뿔
모양의 손잡이가 달렸습니다.
시루는 바닥에 있는 구멍을 통하여 뜨거운 김이 올라와 시루 안의 음식이 쪄지게끔
되어 있으며, 시루바닥과 둘레가 꼭 맞는 솥을 골라 물을 붓고 시루를 앉힙니다.
이때 시루와 솥이 닿는 부분에서 김이 새는 것을 막으려고 밀가루나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지름 1센티미터 정도로 시룻번을 바릅니다.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던
시대는 이 시룻번도 맛있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