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2025년 특별전 <나고 드는 땅, 만경과 동진>을 오는 6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연다. ‘만경(萬頃)’과 ‘동진(東津)’은 강의 이름이자 땅의 이름이다. 이번 전시는 만경과 동진으로 대표되는 전북 지역의 고대 문화교류를 조명하며, 고고학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의 역사적 위상을 되새기는 전시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되며, 전북의 자연환경 속에서 이루어진 문화적 접촉, 융화, 충돌, 교역 등 다양한 교류의 층위를 구체적인 유물과 자료를 통해 풀어낸다. 초기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전북이 어떻게 문화의 통로이자 중심지로 기능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특별전은 바다와 강, 평야와 고원이 만나는 독특한 지형을 바탕으로 전북이 변방이 아닌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지이자 핵심이었음을 강조한다.
1부: 강과 바다, 땅이 만나다
전북은 다양한 자연 지형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1부에서는 바다였던 강이 들판으로 변화하는 지형적 특성과,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형성된 주요 고대 유적지를 소개한다. 조선시대의 『동여도東輿圖』, 『만경현지도萬頃縣地圖』, 『김제군지도金堤郡地圖』와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만경현읍지萬頃縣邑誌』 등의 고문헌, 그리고 고지형 복원 자료를 통해 전북의 인문지리적 특징을 생생히 체감할 수 있다.
2부: 청동과 철, 강과 바다를 건너다
2부에서는 초기철기시대 만경강 유역에서 꽃핀 청동기와 철기 문화를 조명한다. 이 지역에서는 청동기 제작에 필요한 송풍관과 거푸집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청동기를 직접 제작해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또한 중국 동북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유입된 청동기와 철기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김제 만경읍 대동리 유적에서 출토된 ‘乙’자 모양 청동기는 2022년 발굴된 이후 전북 지역에서는 처음 전시되는 귀중한 유물로 주목받고 있다. 완주 갈동 유적에서 출토된 철기는 한반도 남부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철기로 평가되어 주목되는 전시품이다. 이러한 고고학적 발견들은 전북 지역이 발전된 청동기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알려주는 한편, 새로운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던 이 지역의 선진성과 포용력을 보여준다.
3부: 만경과 동진, 그 너머의 땅으로
3부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전북 지역에서 마한과 백제, 신라, 가야의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고창, 남원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 중 일본계 외래 유물은 물론, 백제계 유물도 대거 출품된다. 특히 정읍 은선리ㆍ도계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꽃 모양 금꾸미개 등 모두 73점의 유물은 보존처리를 마친 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서해안과 내륙 수로를 연결하는 물길은 전북이 고대 해양 교류의 창구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반이 되었다. 삼국시대 해양 제사 유적이었던 부안 죽막동 제사 유적과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청자 가마터인 부안 유천리 유적의 유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계 교육 프로그램 및 학술행사
전시 말고도 전시 기간 중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연계 교육 프로그램 ‘만경과 동진에서 보물찾기’도 운영한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전시를 기획한 전시기획자에게 직접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전시기획자와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전시의 심화 내용을 다루는 학술대회가 오는 7월 24일(목)에 열린다. ‘만경강 유역 신문물의 유입과 교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전시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이 있게 확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전주박물관 박경도 관장은 “이번 전시는 전북의 고대 문화를 지형, 기술, 교류라는 다층적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라며, “고대 전북이 동북아 교류의 핵심이자 한반도 남부 문화 확산의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획전이다. 지역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의 관람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