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쓰는 말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토박이말 속에는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말로는 쉽게 나타내기 힘든 꼼꼼하면서도 깊은 뜻이 담겨 있곤 합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내치락들이치락하다’라는 말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는 이름만 들어서는 그 뜻을 어림하기 어렵고,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뜻을 알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입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마음이 변덕스럽게 내켰다 내키지 않았다 하다’는 뜻입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 내치락들이치락한다.
무언가를 하자니 싫고, 안 하자니 아쉬운,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됨새(상태)를 제대로 그려냅니다. ‘안으로 받아들였다가(들이치다) 밖으로 내쳤다가(내치다) 하는 것을 되풀이한다(-락)’는 뜻을 더해서 만든 말로, 그 말을 만드는 수(방법)까지 바로 알 수 있으면서 재미있습니다.
둘째, ‘병세가 심해졌다 수그러들었다 하다’는 위태로운 됨새(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다음과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병이 큰 차도는 보이지 않고 한동안 내치락들이치락했다.
병세가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고, 또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그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참일(사실) 그렇지 않아서 아쉽기도 합니다. 앞으로 지은이 여러분들께서 많이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내내 열이 내치락들이치락하여 제 마음을 졸이게 하던 아이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위와 같은 보기에서 ‘내치락들이치락하여’는 그저 열이 오르내렸다는 참일(사실)을 넘어, 그 때문에 겪었을 어버이의 애타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이어줍니다. ‘열이 오르락내리락하여’라고 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간절함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말집(사전) 속에 가둬두기에는 아깝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써 주시면 우리의 나날살이 이야기도 한결 넉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낯설다는 핑계로 잊히게 두기보다는 자주 많이 씀으로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함께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이 말과 비슷한 말로 ‘내치락들치락하다’, ‘들치락내치락하다’가 있으니 알맞게 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