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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시사 합작시 34. 덧없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덧없음

 

     세월이 흐르고 나는 서있네 (빛)

     다리는 흐르고 물이 서있나 (돌)

     서있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 (심)

     덧없음을 딛고 선 사랑이어 (달)

                            ... 25. 7. 28. 불한시사 합작시

 

 

 

 

 

'덧없음'이라는 말에서 "덧"은 '때' '제' 또는 '짬' '쯤'처럼 시간을 나타내는 순수 우리말이다. 이런 '덧'은 현대어 '어느덧'에 살아있다. '덧없다'는 원래 '시간이 없다'라는 말인데, 점차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 남은 짬이 없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넓어지고, 마지막에는 '헛되이 지냈으니 보람없이 허망하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깊어졌다.

 

합작시의 시제는 사랑과 삶의 허망함을 노래한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인 아폴리네르가 쓴 유명한 시 '미라보의 다리'를 기려 띄운 것이다. 그의 시에 덧없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그것을 은유하는 유명한 후렴구가 있다. 프랑스어로,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우리말로 옮기면, 밤이 오고 시간이 흘러간다. 날들이 흘러가고 나는 남는다. 흘러간 사랑의 아픔을 안고 서 있는 외로움과 덧없음이 진하게 담긴 시구다.

 

'미라보의 다리'는 네 연으로 구성되었는데 연마다 후렴구가 반복된다. 불한시사의 시벗들이 이를 기승전결로 풀어보았다. (한빛)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