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노태우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을 1주일 앞둔 1987년 12월 10일 전주 유세에서 새만금 사업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뒤 새만금 사업 기공식은 1991년도에 이루어졌는데, 이때 완공 목표연도는 2004년이었다. 기공식 연설문 일부를 인용한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이곳 변산반도와 저 바다 한가운데 고군산군도, 그리고 군산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쌓고 그 안의 바다를 육지로 만들어 강화도만큼 큰 새 국토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정부는 총 1조 3,000억 원을 투입하여 1998년까지 33km의 방조제 건설과 외곽 공사를 끝내고, 이어서 1억 2,000만 평에 이르는 방조제 안쪽의 개발사업을 2004년까지 마무리 지을 것입니다.”
1998년까지 끝내겠다는 방조제 공사는 12년이 지연되어 2010년에 완공되었다. 2004년까지 끝날 것이라던 내부 개발사업은 2025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새만금 사업이 끝나면 지역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져 부자 전북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북도민은 오랫동안 전라북도에 국제공항을 가지는 것이 숙원이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인 1999년에 ‘전주권 신공항’인 김제공항 공사를 시작하여 2005년까지 480억 원을 들였다. 그러나 감사원에서 뒤늦게 김제공항의 수요가 과다하게 예측되어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자, 건설교통부에서 2008년(이명박 정부 시절)에 공항 건설을 취소시켰다.
2010년에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끝나자, 전북도민들은 중앙정부에 새만금 공항의 건설을 요구하였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장래 새만금 개발 활성화 추이를 고려하여 새만금 지역의 공항개발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2019년에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24조 규모의 23개 사업(새만금 공항이 포함됨)에 대해 경제성 분석인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하였다. 경제성을 외면한 이러한 정책의 근거는 수도권과 견줘 상대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비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국책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방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다는 것이었다.
새만금 공항 건설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포함되자 지역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에서는 “모든 것을 경제성과 효율성 논리로 따져서는 안 된다.”라며 “불균형 성장의 그늘에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민의 한을 풀어주는 균형발전과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새만금 공항 입지는 철새들의 서식지이자 이동 경로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공항 인근 갯벌은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소중한 갯벌로서 갯벌생태계가 파괴되면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진다는 점을 들어 공항 건설을 반대하였다.
2022년 6월 30일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그러자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1,303명의 소송인단을 구성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신공항 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2022년 9월 28일에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새만금 신공항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ㆍ환경단체 회원들은 2025년 8월 12일 전북지방환경청이 있는 전주에서 출발한 뒤 4주 동안 250km를 걸어서 9월 8일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하는 시위를 진행하였다. 이 도보 시위의 이름은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행진’이었는데, 시위대는 공항 건설이 철새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새 마스크를 쓰고 행진하였다.

2025년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가 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고, 경제성과 환경영향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공항 사업계획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써 2029년 새만금 국제공항 완공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1심 판결 이후 국토부와 전북도는 9월 22일 항소를 제기하였고, 시민.환경단체는 항소 취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렇지만 전북도민의 의견은 엇갈려 있다. 209개 전북 경제ㆍ사회ㆍ체육ㆍ문화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건설 추진연합‘과 건설업계는 공항 추진을 촉구하였다. 이재명 정부에서 민주당은 국민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새만금 신공항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새만금 신공항의 건설 여부는 철새와 갯벌생태계보다는 경제성 기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만금 신공항의 건설비용은 공식 자료에서 8,077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새만금 신공항의 경제성 평가를 보면 비용 대비 편익 (B/C 비율)은 0.479로서 경제성 확보의 기준이 되는 1.0의 반절도 되지 못한다. 경제성 평가 연구 결과는 국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이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 모두 ‘경제성 없음’이 확인된다.
1심 행정법원 판결문에서도 새만금 신공항이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점이 나타나 있다. 쉽게 말해서,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100 원을 투자하여 50원의 편익도 나지 않는 완전 적자 사업임이 분명하다.
전국의 15개 공항 가운데서 2024년 기준 흑자를 내는 곳은 인천, 김포, 김해, 제주 공항 4곳뿐이고 나머지 11개 지방 공항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씩 적자를 내고 있다. 해마다 운영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지방 정부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을 포함하여 8개의 신공항을 전국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과 지역의 행정 관리들은 국가 재정을 생각하지 않고, “공항을 건설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라는 이기적인 정치 주장에 집착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의 새만금 공항 계획 취소 판결은 이러한 정치 논리에 제동을 건 첫 판결로서 사법부의 신뢰를 끌어올린 명판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관리들이 국가 재정을 사용할 때 아껴 쓸 것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개인 돈을 절약하는 것은 사람마다 능히 할 수 있으나, 나랏돈을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 나라 물건 보기를 개인 물건처럼 한다면 그는 곧 어진 목민관(牧民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