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이 주최하는 창작판놀음 《1883 인천 그리고 기산 김준근 / 부제 : 기산, 시간을 그리다》가 오는 10월 24일과 25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광역시가 후원하는 2025 지역대표예술단체 선정작으로, 국악과 미술, 무용과 영상이 결합한 융복합 공연예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신작은 19세기 말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箕山 金俊根)의 예술세계를 현대 무대 위에 되살린 작품이다.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기산의 풍속화 속 인물과 사건을 연희ㆍ음악ㆍ영상으로 재해석하며, 시공을 초월한 감각적 예술의 세계를 그려낸다. 풍물놀이, 탈춤, 줄타기, 검무, 죽방울놀이 등 전통연희를 중심으로 창작음악과 무용, 영상미술이 어우러져 국악과 미술의 새로운 융합무대를 선보인다.
작품의 기획은 인천 출신 국악평론가 윤중강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윤 평론가는 “1883년 제물포 개항을 통해 들어온 서양 문물과 조선의 전통문화가 충돌하고 융합되던 그 시기의 예술적 에너지를 공연예술로 구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그 제안이 본격적인 제작의 계기가 되었다. 작품은 개항기의 시대적 변화와 문화 교류, 그리고 민중의 삶을 담아내며 인천의 역사적 정체성을 오늘의 예술로 재조명한다.
기산 김준근 ‘개화기 조선의 풍속’, 무대 위에서 실감 나게 구현
기산 김준근은 개화기 조선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화가로, 1,500여 점의 풍속화를 남겼다. 그의 작품은 독일 무역상 세창양행(Sechang & Co.) 대표 칼 에두아르드 마이어(Carl Eduard Meyer)를 통해 유럽으로 전해져, 현재 독일 함부르크 민속학박물관을 비롯한 전 세계 15여 개 나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품 속에는 조선의 일상과 전통연희, 제례와 형벌 등 다양한 민속의 장면이 담겨 있으며, 당시의 사회ㆍ문화적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바로 이 ‘움직이는 풍속화’를 무대 위에서 실감 나게 구현한다.
공연의 특징으로는, 1883년 인천 개항장의 풍경과 인물, 외세와의 갈등, 그리고 민중의 예술적 저항과 생존을 그려낸다. 특히 무대에서는 기산의 그림이 영상으로 실시간 투사되어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듯 표현되며, 전통 장단과 현대 밴드가 결합한 창작 음악이 몰입감을 높인다. 또한 엠지(MZ)세대 캐릭터가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세대 사이 공감과 소통의 의미를 더한다.
이번 공연은 들어가기(프롤로그)와 7개의 장면, 끝내기(에필로그)로 구성된다. 독일 함부르크 민속학박물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북소리와 함께 1883년 인천 개항장으로 전환된다. 남사당 길놀이로 막이 오르고, 외세의 유입과 민중의 삶, 그리고 예술로 기록된 시대의 혼돈이 펼쳐진다. 엠지세대 인물이 과거로 들어가 기산의 붓끝에서 조선의 일상을 마주하고, 기생의 검무와 광대의 줄타기, 팔탈춤이 어우러져 시대의 고통과 해학을 동시에 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산의 예술혼이 되살아나며, 예술의 기록이 시간을 넘어 오늘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로 대미를 장식한다.
총괄제작과 운영은 서광일 대표, 대본과 연출은 전승우, 예술감독은 김호석, 음악은 김지원, 기획은 신희숙이 맡았다. 배우 유인석이 기산 김준근 역을 맡고, 남사당 풍물놀이, 탈춤, 줄타기, 검무 등 35명의 연희자가 출연해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펼친다.
국악의 예술적 값어치와 미술의 시각적 감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융합공연
이번 작품은 국악의 예술적 값어치와 미술의 시각적 감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융합공연으로, 전통예술의 대중화와 지역문화 브랜드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서광일 대표는 “이번 작품은 인천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민중의 삶을 무대 위에서 되살리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새로운 예술로 재탄생하는 현장을 관객들이 함께 느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의 하나로, 지역 예술 생태계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창작기반 조성을 목표로 한다. 문체부는 올해 6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뽑힌 단체를 지원하며, 공연 창작뿐 아니라 홍보, 평론, 경영컨설팅 등 종합적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성과가 우수한 단체에는 서울과 나라 밖 무대 진출의 기회를 주고, ‘2025 코카카 아트페스티벌’과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인천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세계로 확산시키고, 국악과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한 K-콘텐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공연 이후에는 국내 주요 도시 순회공연과 함께 독일, 프랑스 등 나라 밖 박물관·문화원과의 교류공연도 계획 중이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에 앞장 서다
1992년 창단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인천광역시 전문공연예술단체로, 풍물ㆍ탈춤ㆍ줄타기 등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한 창작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에 앞장서고 있다. 2004년 개관한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 아트홀’을 중심으로 지역문화 활성화와 예술교육, 창단 이래 30개국 50여 도시 초청 등 나라 밖 교류사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2010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어린이 국악극 《금다래꿍》,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 창작판놀음 《기산, 시간을 그리다》 등이 있으며, 나라 안팎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서광일 대표, 인천의 역사와 민중의 삶, 그리고 예술의 힘을 되살린 무대로 만들터
서광일 대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통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로 향하는 다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산 김준근의 붓끝에서 담아낸 조선의 삶과 예술은 지금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라며 “이번 작품은 인천의 역사와 민중의 삶, 그리고 예술의 힘을 현대적 감성으로 되살린 무대”라고 말했다. 또한 “기산은 단순히 그림을 판매한 화가가 아니라, 기록을 통해 민족의 혼을 지키려 한 예술가였다”라며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우리의 뿌리와 자긍심을 다시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24일(금) 저녁 7시, 25일(토) 낮 3시와 저녁 7시, 모두 3회에 걸쳐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이며, 엔티켓과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 관련 문의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032-501-1454)으로 하면 된다.
문의 :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홍보팀 032-501-1454 | janchi199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