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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미세먼지 걷힌 오늘, 당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우리말

[오늘 토박이말]볕바라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갠 뒤,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유난히 반가운 날입니다. 비록 바람은 차갑지만 이렇게 햇살 좋은 날, 낮밥(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아, 일광욕 좀 하니까 살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나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광욕(日光浴)’이라는 한자말은 어딘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치료법 같은 딱딱한 느낌을 줍니다.

 

이럴 때, 햇살의 따스함과 마음의 여유를 모두 담아 ‘볕바라기’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요?

 

‘볕바라기’는 말 그대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볕을 쬐는 일’을 뜻합니다. 그저 햇볕을 쐬는 움직임이 아니라, 볕을 간절히 바라고 즐기는 마음이 담긴 말입니다. 춥고 움츠러드는 겨울, 따뜻한 양지를 찾아 잠시 멈춰 서는 그 순간의 나른한 행복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우리에게 꽃 이름으로 더 익숙한 ‘해바라기’가 있습니다. 사실 해바라기는 꽃뿐만 아니라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소설가 황순원은 그의 작품 <목넘이 마을의 개>에서 이 모습을 이렇게 그렸습니다. “신둥이는 방앗간으로 돌아오자 볕 잘 드는 목에 엎드려 해바라기를 시작했다.” 이 문장에서 ‘일광욕’을 썼다면, 개가 누리는 그 평화롭고 나른한 바람빛(풍경)이 제대로 살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입니다. 바쁜 일상 속이지만, 잠깐 밖으로 나가 겨울 햇볕을 온몸으로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요? 비싼 영양제보다 더 좋은 보약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일 테니까요.

 

오늘 사무실 창가에 서 있는 동료나 산책 나온 동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보세요.

“오늘 햇살이 참 좋네요. 우리 커피 한 잔 들고 나가서 ‘볕바라기’나 좀 하다 올까요?”

잿빛 먼지를 밀어내고 찾아온 햇볕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우리말 ‘볕바라기’에 담긴 따스한 위로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볕바라기 [명사]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볕을 쬐는 일.

    (보기: 툇마루에 앉아 볕바라기를 하다.)

▶ 해바라기 [명사]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

    (보기: 그는 양지바른 담 밑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꽃)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여러분을 위한 덤]

글을 쓸 때 “그는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겼다”라는 메마른 문장 대신 이렇게 써보세요.

“그는 공원 벤치에 기대앉아, 게으른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볕바라기를 즐겼다.”

 

‘일광욕’이 건강을 위한 행동 같다면, ‘볕바라기’는 마음을 위한 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오늘 찍은 하늘 사진이나 햇살 사진이 있다면, #볕바라기 태그를 달아 올려보세요. '일광욕'이라고 썼을 때보다 훨씬 더 따뜻한 '좋아요'가 달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