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해를 맞아 경제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들려오는 기별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반도체 같은 큰 공장들은 수출을 잘해서 성적이 좋다는데, 정작 우리 곁의 밥집이나 가게 같은 서비스업 형편은 석 달 만에 다시 나빠졌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돈줄이 막히고 남는 게 없다 보니 기업가나 상인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기별을 할 때 자주 쓰는 ‘심리 위축’이나 ‘체감 경기 악화’라는 말, 어딘가 좀 딱딱하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내 주머니 사정이 어렵고 앞날이 걱정되는 이 마음을 담아내기엔 너무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이럴 때, 어렵고 무거운 말 대신 우리네 마음을 쏙 빼닮은 토박이말 ‘조바심’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이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습니다.

‘조바심’은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을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본디 ‘조’를 거두어들여 이삭을 털어내는 ‘조타작(조바심)’에서 온 말입니다. 조는 껍질이 단단하고 질겨서 아무리 털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데, 좀 세게 털면 작은 조 알갱이들이 멀리 튀어나갈까 봐 마음을 졸이며 애를 태우던 농부의 마음이 오늘날의 ‘조바심’이 된 것이지요. 한 알의 곡식이라도 더 건지려 안달복달하던 그 간절함이, 경기가 나빠질까 봐 밤잠을 설치는 소상공인들의 마음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성장’이나 ‘수출’ 같은 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마음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반도체가 아무리 잘 팔려도 내가 운영하는 가게의 불이 꺼질까 봐 걱정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지표 하락’이 아니라 내 삶이 흔들리는 ‘조바심’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조바심을 내며 조를 털던 농부의 끝은 결국 값진 곡식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이 불안함도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경제도, 우리네 나날살이도 ‘조바심’보다는 ‘안심’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크게 잘 된다는 입찬소리보다는,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꼼꼼하게 살피는 따뜻한 온기가 우리 경제 모두에 삼삼하게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조바심 [이름씨(명사)]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
(보기: 경기가 나빠질까 봐 상인들의 얼굴에는 조바심이 가득했다.)
[여러분을 위한 덤]
▶함께해요 ‘조바심’ 덜어내기
"오늘도 가게 문을 열며, 혹은 책상 앞에 앉으며 떨리는 손끝을 진정시키고 있나요? 그럴 땐 잠깐 일손을 멈추고 당신의 일터나 손때 묻은 도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세요.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 '조'를 털어내려 땀 흘리던 농부의 손처럼, 지금 당신의 서툰 떨림은 삶을 일궈내려는 가장 정직한 몸짓입니다.
그 애틋한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보면 어떨까요? 먼지 낀 작업대도 좋고, 닳아버린 연필 한 자루도 좋습니다. #조바심 태그와 함께 "오늘도 내 자리를 지켰습니다"라는 짤막한 적바림을 남겨보세요. 화려한 성공담보다, 묵묵히 하루를 견뎌낸 당신의 '조바심' 섞인 진심에 더 깊고 단단한 응원의 '좋아요'가 달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