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육지에서 자라는 식물인 나물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海藻類)를 먹는 음식 문화도 매우 독특하다. 서양에서는 해조류를 바다 잡초(seaweed)라고 부르며 식재료로 취급하지 않았다. 해조류는 해안가에 밀려온 지저분한 식물로 여겨졌다. 해조류는 수거하여 가축의 사료나 비료, 혹은 젤라틴 추출용으로 사용하였다.
우리나라는 기록상 삼국시대부터 해조류를 먹어온 오랜 역사가 있다. 우리가 먹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외에도 톳, 파래, 청각 등 50여 종이나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일부 해조류를 먹는다. 일본에서는 김을 많이 먹는다. 삼각김밥과 김초밥으로 김을 많이 소비한다. 일본 사람은 김 말고도 미역, 다시마, 톳 큰김말 같은 해조류를 먹는다. 중국 사람은 다시마를 가장 많이 먹으며 강리(江籬), 김, 미역 등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조류를 단순히 간식이나 고명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쌈이나 나물 형태로 먹거나 국으로 끓여서 대량 소비한다. 한국 일본 중국은 해조류를 먹는 동양 3국이지만, 국민 1인당 해조류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1위다.
<표1> 동양 3국의 1인당 해조류 소비량

문화적인 선호도를 넘어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해조류를 소화하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해조류의 다당류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장내 미생물에서 많이 발견된다. 서양 사람들은 해조류를 먹어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의 몸은 이미 수 천 년 동안 해조류를 먹고 소화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김은 1940년대부터 일본으로 수출되기 시작하였다. 일본에서는 품질 좋은 한국산 김을 술안주 또는 밥과 함께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한국산 김을 많이 수입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처음에는 우리가 김을 먹는 것을 보고서 ‘검은 종이’를 먹는다고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영양학적 값어치를 인정하고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김을 먹는다. 우리나라의 김 수출은 2010년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2025년에는 11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김을 음식으로 먹는 것보다는 조미김 형태로 만들어서 과자처럼 스낵으로 먹는다.
최근의 케더헌(K-POP: Demon Hunters) 열풍 또한 김의 소비를 유행시키는데 이바지한 것으로 보인다. 케더헌에서 ‘김밥을 한입에 통째로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김의 수출국을 보면 미국(1위 2.2억 달러), 일본(2위 2.1억 달러) 중국(3위, 1억 달러), 태국(4위, 8800만 달러), 러시아(5위, 8500만 달러)로서 이들 5개국이 전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중남미, 중동, 유럽 등 120개 나라로 수출이 확대되었다. 김은 이제 ‘바다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가 세계로 수출하는 효자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전라남도 완도는 우리나라 해조류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최대 해조류 생산지다. 2025년 통계를 보면 다시마의 71%, 미역의 56%, 그리고 김의 23%가 완도군에서 생산되었다. 완도는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다도해 지역으로서 해수의 흐름이 안정적이고 영양염류와 플랑크톤이 풍부해서 해조류 생장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2020년에 순천대의 김정빈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완도 지역 해저층의 70~90%는 맥반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역의 갯벌은 다른 지역과 달리 맥반석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모래와 펄이 혼합된 혼성갯벌로 이루어져 있다. 맥반석은 해수의 정화작용이 우수하고 영양염류를 많이 만들기 때문에 해조류의 양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김과 미역 같은 해조류는 겨울에 성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김은 보통 해수 온도가 5~15도의 차가운 물에서 잘 자란다. 수온이 높아지면 병해에 취약해진다. 겨울철에는 바다 상하층의 물이 잘 섞여 바닥에 깔린 영양분이 표층으로 올라오게 되어 해조류의 성장을 돕는다. 미역은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철 찬 바닷물에서 빠르게 자라난 뒤 봄에 수확이 이루어진다. 여름철에는 미역이 녹아서 사라지거나 성장을 멈추게 된다.
제1회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는 2014년 4월 11일부터 31일 동안 열렸다. 해조류 박람회는 3~4년 주기로 열리는데, 2025년 10월에 열린 제4회 국제해조류박람회에는 20여 개 나라가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완도군에서는 지난 2026년 3월 4일, ‘해조류ㆍ전복 양식의 기후변화 등 위기 대응 방안 마련 간담회’를 열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난 57년 동안 약 1.58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구온난화 탓에 수온이 오르면서 해조류의 생산에 피해를 주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조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 등 여러 가지 발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기자 두 명이 완도의 김, 다시마 양식장을 방문하여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탐사 기사를 썼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의 해조류를 ‘인류의 여섯 가지 20년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종요로운 먹거리로 여겼던 바다의 잡초가 이제는 K-푸드 열풍을 타고 전 세계 사람들의 먹거리로 격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찍부터 해조류를 먹기 시작한 선조들의 슬기로움에 감사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