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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 어디에서나 인간이다

민참판의 편지를 공주감사 전했지만, 아전들이 움직이지 않아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80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나는 얼마 전에 광안역에서 하인에게 민참판(민영익)의 편지를 주면서 공주 감사에게 전하라고 일렀다. 그 하인이 길을 5마일이나 벗어나 허탕 치고 내게 되돌아왔다. 나는 무척 피곤하고 외롭다. 이들 이상야릇한 이방인들 속에서 나는 때때로 심연 같은 고독감을 느끼곤 한다. 그 기이한 느낌을 마땅히 표현할 길이 없다. 어떤 외국인도 나처럼 이교도들 속에 완전히 자신을 내던진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한다. 나는 문득 깨닫는다. 인간은 세상 어디에서나 인간임을, 이 절대고독이야말로 나의 의지처임을.

 

 

비장(Pijang)이 전양묵을 찾아와서 내가 무슨 음식을 먹는지 등등을 묻는다. 감사의 명함도 가져왔다. 내가 보낸 명함에 대한 답례이다. 비장이 말하길, 음식을 여태 가져오지 않은 아전들이 몹시 나쁘다고 말한다. 감사에게 보낸 민영익의 편지를 비장이 가지고 있다. 그 편지에는 내가 원하면 감사가 돈을 빌려주라고 적혀 있다. 이곳엔 돈이 없어요, 비장이 전양묵에게 말한다. 그 문제는 내가 직접 처리할 것이다.

 

9시 20분 무렵이 되어서야 밥상이 왔다. 수일의 말에 의하면, 나의 전령(하인)이 민참판의 편지를 들고 감영을 찾아갔을 때 경비병이 그를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다 한다. 그러다가 겨우 감사가 편지를 받았을 때 그는 즉시 명하여 횃불을 든 호위병을 보내라고 하고 또 숙소를 마련하라고 했다. 아전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감사가 네 차례나 명령을 반복해서야 아전들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다음날 8시에 일어났다.

 

김선흥 작가

전직 외교관(외무고시 14회), 《1402강리도》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