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임금은 수원에 화성을 쌓으면서 그곳에 살던 백성을 쫓아내지 않으려고
성곽을 꾸불텅하게 쌓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조의 백성 사랑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화성성역의궤》에 보면 성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팔달산
서쪽 임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일당의 50%를 주었습니다. 또 정조는 무더위를
견디도록 ‘척서단(滌署丹)’이라는 약을 주었고, 노동에 힘들어하는 관련자
모두에게 ‘제중단(濟衆丹)’이라고 하는 영양제도 주었습니다.
그런데 정조의 더 큰 사랑은 털모자를 준 일입니다. 한겨울 정3품 당상관
이상만이 귀마개를 할 수 있는 시대에 털모자를 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정조는 성을 쌓는 백성에게 사랑을 베푼 것입니다. 이에 화성유수
조심태는 장계를 올리면서 임금이 내려준 옷 1벌, 모자 하나가 추위를 전혀 걱정
없게 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