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이 즈음의 정경을
이야기하며. 까치를 위해 남겨둔 홍시 하나가 “조선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무서리 내리고, 마당가의 감나무 끝엔 까치밥 몇 개만 남아 호올로 외로운 때가
입동이지요. 입동은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인데 이 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선다(立)'
라는 뜻에서 입동이라 부릅니다.
조선시대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향촌의 자치규약인 향약(鄕約)을
보면 봄가을로 양로잔치를 베풀었는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섣달 그믐날
밤에 나이가 드신 노인들에게는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관례가
보편화해 있었습니다. 논밭 한 뙈기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도 한 해에 한 번은
마을 노인들을 위해 기꺼이 금품을 내놓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