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바지는 허리둘레의 치수를 1인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게 옷을 마릅니다.
이 정확한 치수 개념이 오늘날의 과학을 이루어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의
허리는 언제나 같은 치수일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었을 때와 굶었을 때가 다르고,
건강할 때와 병이 들었을 때가 다르지요. 그것은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물과 다르게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복바지는 생명체에 걸맞게 아예 넉넉하게 마름질합니다. 허리를 끈으로
처리하여 몸이 불면 덜 조이고, 몸이 마르면 더 조여 입도록 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넉넉한 허리로 나와 이웃이 같이 입을 수도 있으며, 사람을 감싸주는
옷으로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또 서양옷은 형태가 있어서 벗으면 옷걸이에
걸어 놓지만 한복은 걸지 않고 개켜둡니다. 그래서 서양옷 마름질은 입체재단이라고
하며, 한복의 마름질은 평면재단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