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농촌경제 정책서 임원십육지에 보면 “떨어진 매화 꽃잎을 깨끗이
씻어서 설수(雪水) 곧 눈 녹은 물에 삶는다. 흰죽이 익는 것을 기다려 한데
삶는다.”라고 소개하는 매죽(梅粥)이 나옵니다. 매화 꽃잎을 눈 녹은 물에 삶는
것은 또 하나의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밖에 임원십육지를 보면 무죽, 당근죽,
쇠비름죽, 근대죽, 시금치죽, 냉이죽, 아욱죽과 흑임자죽, 행인죽, 잣죽, 호두죽,
참깨죽, 마죽, 복령죽, 백합죽, 연밥죽, 방풍죽 따위가 보입니다. 이렇게 우리
겨레는 야생 푸성귀들을 잘 알고 다양한 죽을 해먹었습니다.
죽은 열량이 낮기도 하지만, 흑임자죽이나, 잣죽, 호두죽, 참깨죽은 열량이 높은
음식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죽들은 소화기능이 약하거나 고열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쌀 등 곡식가루를 밥물에 타서 끓인 암죽은 어린아이, 노인,
환자들에게 좋은 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