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옛 선비들은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났을까요? 종들처럼 훌렁훌렁 옷을
벗어버리지도 못하고 그저 물에 발만 담그는 탁족(濯足)을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겨레는 이열치열을 좋아한 사람들이어서 선비들은 산행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성리학자이며 영남학파의 우두머리였고, 잘못에는 추상같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남명 조식(曺植, 1501~ 1572)도 1558년 여름날 제자들과
함께 지리산 여행을 떠났지요.
그 내용은 《두류산(지리산)유람록》에 나오는데 그들은 칼국수, 단술, 생선회,
찹쌀떡, 기름떡 등의 음식과 구급약도 준비했습니다. 조식은 그저 산만 오르지
않고 지리산 곳곳의 유적들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을 생각했지요. 또 세금이
무거워 백성들이 고통을 받는 현실도 유람록에 썼습니다. 지리산 산행은 자신이
선비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재충전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조식은 기행문
끝에서 지리산을 11번이나 올랐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