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와 에어컨이 나오기 전엔 더위를 쫓는 일등공신은 역시 부채였습니다. 부채는
가지고 다니기가 편리함은 물론 선비들에게는 체면치레용으로 부녀자에게는
장식품으로도 활용되었지요. 19세기 학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라는 책에는
황해도 재령 등지에서 나는 풀잎으로 엮어 만든 부채인 “팔덕선(八德扇)”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채의 여덟 가지 덕은 곧 맑은 바람을 일으켜
주는 덕, 습기를 없애주는 덕, 깔고 자게 해 주는 덕, 값이 싼 덕, 짜기 쉬운 덕,
비를 피하게 해 주는 덕, 볕을 가려 주는 덕, 옹기를 덮어 주는 덕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가지고 다니기 편리한 쥘부채 곧 합죽선은 아주 유용한
물건입니다. 여름 더위가 막바지 기승입니다. 이럴 때 이웃에게 부채 바람을
선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