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 사대부들이 쓰던 가구 가운데는 “고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고비는 방이나
마루 벽에 걸어 놓고 편지나 종이 말이 같은 것을 꽂아두는 살림살이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물건으로 온돌문화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지요.
오동나무 같은 가벼운 나무에 매화·대나무 등을 조각합니다. 또 대나무살로 엮어
쾌적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죽고비도 문인 사대부들이 즐겨 썼다고 하는데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겼다지요. 기름종이를 여러 겹 겹쳐서 고비 형태로
만든 것은 “빗접고비”라고 합니다.
고비는 선비의 서재에 걸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규모가 작고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용
고비도 있습니다. 또 고비는 '考備' 또는 '高飛'로 쓰기도 합니다만 고비는
토박이말이며, 한자는 소리만 따다 쓴 취음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사군자문고비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죽제고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