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의 ≪용재총화≫에 보면 세종임금 때의 유명한 두 신하 황희와 변계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종 시대를 빛나게 한 황희정승은 도량이 아주 넓었다고
하지요. 그는 나이 아흔 살이 넘었는데도 종일 방에 앉아서 책만 읽었는데 방 밖에
아이들이 와서 복숭아를 함부로 따도 “나도 맛보고 싶으니 다 따가지는 마라.”라고
할 뿐이었습니다. 또 밥 먹을 때마다 아이들이 모여들어 먼저 먹으려고 떠들고
다투어도 그냥 빙그레 웃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변계량은 몹시 인색하여 조그만 물건이라고 남에게 빌려주지 아니하고,
수박을 쪼갤 때는 쪼개는 대로 기록했으며, 손님을 맞아 술을 마실 때에도 잔 수를
센 다음 술병을 조심스럽게 거둬들였지요. 그런가 하면 임금이 내리는 술과 음식을
방에 저장해 두고 오래되어 구더기가 생기고 냄새가 담 밖에까지 나도 썩으면 갖다
버릴지언정 종 등 아랫사람은 한 모금도 얻어 마시지 못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