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말, 조선초에 향나무를 바닷가 개펄에 묻어두는 매향의식(埋香儀式)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때 자주 출몰하던 왜구의 침탈에 고통을 받던 민중들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미륵이 오시기를 비는 뜻이었습니다. 이 미륵신앙은 시골길을 걷다가 문득 풀숲 사이로 나타나는 미륵상이나 절에 모셔진 미륵보살상들로 나타납니다. 백제에서 국가 통치 이념으로 나타난 미륵신앙은 후삼국시대 궁예가 흉흉한 민심을 타고 자신이 미륵이라 하여 한때 사람들의 호응을 얻습니다. 또 근세 우리나라에서 생긴 증산교, 용화교 등도 미륵신앙이라고 합니다. 이 미륵신앙은 역사적으로 지배층에 항거한 민중봉기의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님이 오셨다, 사랑이 오신 게다 / 내 속으로 미륵이 쳐들어 오신 게다 / 내장 다 빼내 던져버리고 / 들어와 앉아 계신 / 불덩어리 둥근 달이여, / 그토록 기다리던 미륵 아닌가” (시인 김종제의 “미륵 오셨다”에서) 이 시대에 고통 받는 이들이 그리는 미륵은 정말 오시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