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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750. 성균관 선비와 종의 딸 사랑이 서린 곳, 정고개

1750. 성균관 선비와 종의 딸 사랑이 서린 곳, 정고개

지금은 없어졌지만 명륜동 성균관 정문에서 성균관을 안고 부엉바위 쪽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사잇길이 있엇는데 그 이름이 “정(情)고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고개 너머 마을 이름이 “정(情)골”이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 ‘정고개“를 ≪이규태의 600년 서울≫에서는“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리처드슨의 대하소설 ≪파미라≫ 를 복합해놓은 듯한 사랑의 무대”라고 말합습니다.

그것은 신분차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불행한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얘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조선 제7대 세조임금의 외딸 의숙공주의 종에게 예쁜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균관에서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 안윤이 그 종의 딸을 사모하게 되었지요. 안윤이 그 종의 딸에게 한 몸이 되기를 요구했지만 그 종의 딸은 한 몸이 되기를 거부하고 정신적인 사랑만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한 까닭은 만약 양반이 종과 결혼하게 되면 양반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종의 상전에게도 누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그 둘이 동거한다는 헛소문이 퍼졌고 이에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상전은 종에게 “가문형(家門刑)”을 내렸습니다. 가문형은 스스로 자결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타살인데 목을 매 죽이거나, 치마에 돌을 안겨 깊은 연못 속에 빠뜨리거나, 얼굴에다 물을 적신 창호지를 발라 서서히 질식사를 시키는 것이었지요. 결국, 이 종은 억울하게 가문형으로 죽었고, 안윤도 그 처자를 그리며 고갯길을 오르내리다 실성하여 죽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그 가엾은 연인들의 비극에 공감하여 고개 이름을 “정고개”라고 붙여준 것입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이륙은 이 이야기에 “옛 열녀들이 이보다 더할까 보냐?”라고 글을 써서 칭찬했습니다. 신분질서에 희생당한 연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