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참에 우리는 대님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대님을 매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안다면 대님은 생략할 수도 적당히 바꿀 수도 없는 것입니다. 원래 바지 대님은 겨울철의 부목 구실과 밖의 찬 기운을 막아줄뿐더러 몸의 기운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땅 위의 음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구실을 해줍니다. 음양으로 볼 때 남자는 양인이라 음기의 땅 위를 걸어다니는 동안 음기를 많이 받게 됩니다만 이때 대님을 맴으로써 이를 막을 수 있지요. 또한, 대님을 매는 자리는 지라(비장)ㆍ간장ㆍ콩팥(신장)선이 교차하는 ‘삼음교{三陰交)’라고 하는 경혈자리로 대님으로 묶어 마사지를 해주면 이 세 장기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는 현대인이 아침에 대님을 매면서 하루의 활기찬 시작을 다짐하는 의미도 있고 퇴근 후에는 대님을 풀며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감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대님을 매면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작은 여유를 갖는 슬기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대님은 자칫 달아나기도 하는지라 요즈음은 바짓부리에 박음질로 붙여주면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묶기도 편합니다. 오랜 세월 대님을 매며 살아온 우리 겨레는 단추를 다는 것이 편리한 줄 몰라서 대님을 쓴 것은 아니며 대님 하나에도 깊은 철학이 들어 있던 것이었음을 매일 아침 대님을 매면서 느껴보게 됩니다. 한복의 디자인과 모양이 바뀐다 해서 단추나 찍찍이로 대신 할 게 아니라 대님의 효과와 의미를 살리는 한복이라면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 한옥을 현대화한다 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까지 서양식으로 바꿔 버린다면 한옥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대님도 한복에서는 한복을 한복답게 하는 중요한 부분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