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에는 이름에 걸맞게 봄비가 내리곤 합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은 봄비와 함께 꿈을 가지고 오는지도 모르지요. 그 봄비가 겨우내 얼었던 얼음장을 녹이고, 새봄을 단장하는 예술가인 것입니다. 기상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 60년간 우수에는 봄비가 내려 싹이 튼다는 날답게 무려 47번이나 비가 왔다고 하니 이름을 잘 지은 것인지, 아니면 하늘이 일부러 이날 비를 주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올제(내일)은 정월 초이렛날로 우리 겨레는 이날 ‘이레놀음’을 즐겼습니다. 이 풍습은 친한 이웃끼리 쌀을 정성껏 거두어 모듬밥을 해먹고, 윷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모듬밥이란 여자들이 아침부터 쌀자루를 메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생활 형편에 맞게 쌀을 거두어들입니다. 거둔 쌀은 밥할 것만 남기고, 모두 팔아 김, 조기 등 반찬거리를 사고 약간의 술을 마련합니다. 그렇게 해서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이웃과 오순도순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을 말합니다.
옛날에 살기가 어려운 서민들은 명절이나 제삿날이 아니면 쌀밥은 물론 별다른 반찬 한 가지 제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하루라도 어른을 즐겁게 해드리려는 배려에서 생긴 풍속입니다. 우리 겨레는 까치밥, 고수레 따위와 함께 ‘더불어 사는’ 철학이 가득 찬 삶을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