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사성은 세종 13년(1431년), 좌의정이면서 국사편찬위원장 격으로 ≪태종실록≫의 편찬을 마치고 아버지의 묘에 성묘하러 서울을 떠납니다. 그때 지금의 안성 쪽에 있는 양성 고을 현감과 평택의 진위 현감이 맹정승의 고향나들이 소식을 듣고는, 잘 보이려고 온양 가는 길목인 장호원 근처 연못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두 현감이 맹사성을 기다리다 서로 권커니 자커니 술을 마셔 꽤나 취한 상태가 되었을 때 어느 늙은이가 검은 소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갑니다.
양성현감이 큰소리로 “감히 뉘 앞이라고 늙은이가 검은 소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지나가느냐?”라고 호통치며 냉큼 가서 데리고 오라고 하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늙은이는 “온양 사는 맹고불이 제 소 타고 제 길 가는데 누가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느냐?”라고 대꾸하며 그냥 지나갑니다. 그러자 하인은 맹고불을 맹꼬불로 알고 현감에게 아뢰자 “거 이름 한번 괴짜다.” 하며 박장대소로 웃어댑니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알아차리고 사죄하려고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며 일어나다가 허리에 찬 도장(官印)을 연못에 빠뜨렸습니다. 그래서 훗날 연못 이름을 <인침연(印沈淵)>이라 했다는데 마음가짐이 반듯하지 못한 사람은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는커녕 망신살이나 면해도 다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