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 기다림의 미학 된장과 슬로우푸드
요즈음 패스트푸드(즉석식)가 건강에 해롭다 하여 문제입니다. 패스트푸드란 주문하면 곧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지요. 그릇은 종이로 되어 있어 한번 쓰고 버리며 조리도 오븐에서 데우는 정도로 간단하므로 손님의 주문에 신속하게 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패스트푸드들은 몸을 해치고, 환경공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에 대비되는 음식으로 슬로우푸드가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정성이 가득 배인 한국의 전통음식은 슬로우푸드의 대표적인 음식들입니다.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먹어온 김치, 된장, 간장, 젓갈 등이 모두 그런 것들이며, 발효음식입니다. “친구와 장맛은 오래될수록 좋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먹거리들은 빨리 후다닥 만들어 먹는 패스트푸드와는 거리가 먼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음식입니다.
김치 역시 묵을수록 맛나는 먹거리로 바로 버무려 먹는 겉절이의 상큼함도 좋지만 묵을수록 맛이 나는 '묵은지'는 한국인이 아니면 그 깊은맛을 알 수 없는 오묘하면서도 군침이 도는 음식으로 요새 말하는 슬로우푸드 중의 슬로우푸드입니다. 묵은지 감자탕이나 묵은지 삼겹살등의 음식점에서는 평창 등지의 선선한 계곡에 김치독을 묻어 놓고 1년이고 3년이고 마냥 숙성시킨다니 전 세계에 이런 음식이 있는 나라가 있을까요? 세계는 지금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슬로우푸드를 먹어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우리 겨레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런 슬기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먹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