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에 버금가는 분이 일본 교토에 있습니다. 바로 정조문 선생이 그분인데 선생은 1949년 골동품상이 밀집해 있는 교토 산조(三條) 남쪽 거리를 걸어가다가 어느 가게 진열장에 놓인 둥그런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보고는 푹 빠져서 당시 돈으로도 엄청난 금액이었던 이 달항아리를 사려고 1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선생이 만난 달항아리는 그냥 항아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뿌리, 곧 조선의 위대한 정신의 소산임을 깨닫고 이후 평생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문화재 수집에 쏟아 부었지요.
물샐틈없이 서울의 전형필 선생이 지키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선의 문화재는 그 유출의 끝 간 데를 모를 만큼 일본 땅으로 건너오게 되는데 이때 정조문 선생이 계시지 않았다면 조선의 귀중한 1,700여 점에 달하는 문화재의 행방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모은 유물들은 자신의 집을 기증하여 1988년 10월 25일 교토 기타구 시치쿠가미노키시초에 “고려미술관”을 세웠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에 세워져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곳은 문인석이 양옆에 턱 버티고 있는 정문을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에 석탑 등이 전시돼 있고 1층엔 도자기 등 미술공예품, 2층엔 생활미술품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교토를 찾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꼭 이 미술관에 들러 정조문 선생의 나라사랑을 되새겨보면 좋을 일입니다.
*찾아가는 길 : JR교토역에서 시버스 9번 버스를 타고 '가모가와추각코마에’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안내간판이 보인다. 약 40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