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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정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 한 줄기 해란강은 천 년 두고 흐른다 /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이 노래는 누구나 읊조려봤음 직한 가곡 “선구자”(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일송정”은 어디에 있으며, 푸른솔도 그 곁에 있을까요? 그 내용이 중국 연변의 작가 류원무 선생이 쓰신 ≪연변취담≫이란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중심도시가 연길인데 이 연길에서 용정이란 도시로 가다 보면 두만강 물줄기의 하나인 해란강 기슭에 비암산이 있습니다. 70여 년 전에만 해도 이 비암산 고갯마루 10여 m 깎아지른 벼랑 끝에 두 아름도 넘는 소나무가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소나무의 모습이 마치 돌기둥에 푸른 청기와를 얹은 정자처럼 보여서 “일송정(一松亭)”이라고 불렀다지요. 그리고 그 일송정은 용주사 절에서 보면 꼭 바위 위에 버티고 앉은 호랑이 같아서 사람들은 신령한 나무라고 우러렀습니다. 그리고 가뭄이 들면 여기서 기우제를 지내고, 아들이 없는 여인네들은 여기서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송정이 일본 영사관을 노려보는 듯하다 하여 일제는 밤중에 군인들은 보내 일송정 줄기에 구멍을 뚫고 후춧가루를 넣고 봉해버렸습니다. 그 뒤 시들시들하더니 일송정은 1938년에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90년 용정시인민정부와 각계 인사들이 힘을 모아 일송정이 자라던 자리에 일송정이란 정자를 짓고 기념비를 세운 다음 그 옆에 소나무도 한 그루 심었습니다. 가곡 “선구자”는 이런 우리 겨레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연변이나 용정에 가거들랑 이것을 들러보면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