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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886. 인조 때 삼수진 사람들의 식량 '패랭이꽃'


"때는 인조 8년 / 삼수진 사람들은 / 패랭이 심어 / 목숨을 부지했다네 / 땅은 거칠고 / 산은 험한 곳 / 관리도 오지 않는 땅 / 촉촉히 나리는 곡우비에도 / 벼 심을 논배미 없는 / 삼수진 사람들은 패랭이 심어 / 목숨 연명했다네" 고야 님의 “패랭이”란 시입니다.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대란(大蘭)·산구맥(山瞿麥), 구맥(瞿麥)이라고도 불리는 토종 들꽃으로 낮은 지대의 건조한 곳이나 냇가 모래땅 등 척박한 땅에서 자랍니다. 꽃은 6∼8월에 피고 가지 끝에 1개씩 달리며 분홍빛이지요. 꽃을 뒤집으면 옛날에 역졸, 부보상들이 쓰던 패랭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석죽화(石竹花)라는 이름은 바위틈 같은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고,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있어서 붙었습니다.

인조실록 23권(1630)에 보면 “삼수진은 두 강 사이에 끼어 있는데 지대가 높고 척박하며 기후는 추워서 농사가 되지 않습니다. 성 안의 민가가 7,8가구도 못 되며, 다만 구맥(패랭이꽃)을 심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패랭이꽃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처럼 꽃꽂이용으로 팔아 먹고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며 교맥(蕎麥)이라 해서 메밀처럼 식용으로 키운 것이니 쌀 구경을 못하는 백성의 구황식물(흉년에 곡식 대신 먹을 수 있는 식물)인 셈이지요.  

패랭이꽃은 자라는 곳이나 모양에 따라 종류도 많습니다. 바닷가에 자라는 ‘갯패랭이꽃’, 구름이 떠 있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구름패랭이꽃’, 백두산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난쟁이패랭이꽃’,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패랭이꽃’, 꽃잎이 붉은 ‘각시패랭이꽃’, 꽃잎이 술처럼 잘게 갈라진 ‘술패랭이꽃’, 꽃받침을 둘러싼 부분이 수염처럼 생긴 ‘수염패랭이꽃’ 등이 그것입니다. 패랭이꽃은 관상용으로도 사랑받고 있지만 여러 가지 빛깔의 예쁜 패랭이꽃을 바라다볼라치면 인조 때 삼수진 사람들의 고달픔이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