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박문이 조선 통감으로 와 있을 때 주한일본공사관기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조선을 문명 된 나라로 만들려면 우리는 먼저 여자와 유아들이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있으며 (중략) 한국인들의 기억력이 없다는 것과 또 인내하는 기운도 없으며, 성공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사업은 용두사미 격으로 끝내버리는 까닭이 대부분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음.”
밥맛이 없는 여름날 우리는 풋고추와 고추장 그리고 보리밥만 있으면 그만이지요. 또 보리밥에 여러 가지 나물들을 한데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이런 말을 들으시는 독자 여러분은 모두 침을 꼴깍 삼키시는 건 아닌지요? 그만큼 우리 겨레는 고추, 고춧가루, 고추장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외국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고추장은 필수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에서는 고춧가루가 빠지지 않는데 특히 김치에 고춧가루는 젓갈과 더불어 아주 중요한 양념입니다. 고춧가루는 김치에 들어가서 젓산균의 성장을 도와 김치를 맛있게 익도록 하며, 잡균을 억제합니다. 또 고추의 성분 중 "캡사이틴"은 미생물 발육을 억제해 김치의 저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리고 동물실험을 해본 결과 "캡사이틴"을 넣은 혈액암세포는 세포벽이 굳어지면서 성장을 멈췄다고 합니다. 따라서 오염 없는 건강한 식생활을 한다면 붉은 김치만으로도 돌연변이 암세포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낼 정도로 좋은 양념입니다. 하지만, 고춧가루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일제의 흉악성에 혀를 내두를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