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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892. 시원한 냇가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던 천렵

 

앞내에 물이 주니 / 천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잔풍하니 / 오늘 놀이 잘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를 둘러치고 /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에 노구 걸고 /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 오후청(五候鯖)을 / 이 맛과 바꿀소냐.” 이 내용은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4월령〉에 있는 천렵을 소개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천렵(川獵)을 “주로 여름철에 남자들이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데 위 농가월령가 4월령에서 볼 수 있듯이 여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일반 백성만이 즐기던 것은 아니었지요. 태종실록 7년(1407)에 보면 임금은 완산 부윤(完山府尹)에게 전지를 내려 회안 대군(懷安大君)의 천렵 등을 허락하게 하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왕실에서도 천렵을 즐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물고기만 잡았던 것도 아닙니다. 1929년 8월 1일자 <별건곤 제22호>에 김진구씨의 <팔도 기행문>을 보면 “安州名物로는 도야지갈비 불고기이지만 그것 보담도 「三伏中의 닭 川獵』일 것이다.”라는 글이 보입니다. 또 “청천강가에 川獵하는 安州의 녀름은 하로 동안에 닭의 죽는 수가 수백 마리식 된다니 한 녀름 동안에 죽어내는 닭의 수가 그 얼마나 되겟는가?”라는 말로 미루어 강가에서 닭을 잡는 천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이든 닭을 잡든 천렵은 들로 냇가로 나가 이웃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시를 읊거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것이지요. 요즘도 시골 냇가에서 천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