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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06. 늙으신 어머니를 두고 관직 제수를 사양하는 효자 김과


“서울 생활은 어버이 뜻이 아니요 / 강호에 있자면 왕은을 저버리네 / 문안은 자주 꿈속에 드렸거니와 / 난을 들으니 다시 넋이 빠지누나 (중략) / 자당께선 참으로 탈이 없으신지 /
천지간에 두 줄기 눈물만 흐르네”

이는 고려 말의 위대한 문장가로서 당대에 사회 정치적 비중이 높았던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시고(牧隱詩藁)》제4권에 나오는 시 일부입니다. 예전에 관리들은 짬짬이 고향집 부모님을 그리며 시를 짓고 또 시간이 나면 찾아뵙길 공손히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영달을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보다 뒤에 두기도 했지요.

태조실록 14권(1398)에 보면 제주 판관(濟州判官) 김과(金科)라는 사람은 늙으신 어머니 봉양을 위해 자신의 판관자리를 취소해달라고 임금께 상소하는 기록이 보입니다. “임소(任所)로 가고자 하였으나, 신의 염려되는 것은 신의 어머니가 지금 이미 75세이온데, 늙고 쇠약하여 병석(病席)에 누워 조석으로 생명을 보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신이 이미 3년 동안이나 분묘(墳墓)를 지키고 있어 오랫동안 봉양을 못하였사온데, 지금 또 어머니를 떠나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면 혼정신성(昏定晨省)이 사이가 뜨고 음문(音問)이 드물어질 것이니, 어찌 다만 신이 어머니를 사모하는 것뿐이겠습니까? 또한, 어머니도 신을 생각하여 더욱 병이 심할까 염려되오니, 이렇게 되면 신의 마음이 어찌 맡은 직책에 편안할 수가 있겠습니까?”

여기서 3년 동안 분묘 했다는 것은 아버지의 3년상을 말합니다. 3년 상을 마쳐 이제 영광스런 판관자리를 제수받은 김과는 그러나 이번에는 늙으신 어머니를 두고 관직에 나갈 수가 없음을 임금께 정중히 상소문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말합니다. 자신이 어머니 생각하는 것보다 늙으신 어머니께서 아들이 임지로 가면서 자신 때문에 노심초사할 것을 앞서 생각하여 차마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관직을 위해 부모의 재산을 팔아먹고 심지어는 부모를 살해하는 희대의 패륜아들은 귀담아들을 가슴 찐한 효자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