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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58. 김장하고 곶감 만드는 겨울채비로 바빠지는 입동


"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 /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 스님 불러 문 나가서 보라 했더니 /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蕭蕭落木聲 錯認爲疎雨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

위는 송강 정철의 <한밤중 산 속의 절에서(山寺夜吟:산사야음)>입니다.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여 동자승에게 나가보라고 했더니 밖에 나가본 동자승은 “시내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렸네요.”라고 다소 엉뚱한 답을 하지만 쓸쓸한 가을밤 후두둑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는 서서히 다가오는 겨울을 연상케 합니다. 예부터 겨울의 길목을 입동이라 불렀습니다.

7일은 24절기의 열아홉 번째인 입동(立冬)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드는 때지요. 이때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 바쁜 일손을 놓고 한숨 돌리고 싶을 텐데 곧바로 닥쳐올 겨울 채비 때문에 또 바빠집니다. 입동 전후에 가장 큰일은 역시 김장입니다. 지금은 배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를 365일 팔고 있고 김치 말고도 먹거리가 풍요롭지만 예전에 겨울 반찬은 김치가 전부이다시피 했으며 김장 담그기는 우리 겨레의 주요 행사로 그 전통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입동 전후 시골에서는 품앗이로 아낙들이 우물가에서 김장용 배추를 씻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잘 담근 김치는 항아리를 땅에 묻어두고 위에는 얼지 않게 볏짚으로 작은 집을 만들어 보관했는데 여기서 꺼낸 김치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입동철에는 김장 말고도 무말랭이,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로 장작 패기, 창문 바르기 등 집 안팎으로 겨울채비로 바빴습니다. 김남주 시인이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라고 노래했듯이 집집마다 겨울채비로 바쁜 가운데도 날짐승들의 먹거리를 생각 할 줄 아는 여유도 잊지 않았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