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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60. 어느 가난한 총각이 ‘첫날밤’에 신부에게 한 말


“1. 친가는 부유햇드래도 시가는 빈한하닛가 우리 집에 가먼 반듯이 호미자루를 잡고 밧고랑에 나가야 할 것이요. 2. 가난한 집에라도 가난한 그대로의 가풍과 사정이 따로 잇는 것이닛가. 그것을 잘 알어서 맞추어 나가야 할 것. 3. 셋재는 나는 한평생을 집구석 방속에 가만히 부터잇슬 사람이 안이요 집과 처자를 던저두고 밧그로 도라단일 때가 만흘 것이니 그것을 각오하여야 한다하고 다짐을 밧엇슴니다.” 

위 내용은 일제강점기 월간문학잡지 ≪별건곤(別乾坤)≫ 제16ㆍ17호(1928년 12월 1일 발행)의 “명사숙녀결혼초야의 첫 부탁, 첫날밤에 무엇을 말햇나” 가운데 조재호(曹在浩)라는 사람이 쓴 “참말로 첫날밤에”라는 글 일부입니다. 결혼 첫날밤에 무슨 말을 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 대해 가난한 신랑 조재호가 했다는 말이지요.  

조재호는 부잣집에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했는데 뒤에 그 부잣집이 다시 청혼을 해오자 위와 같이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신부가 중매들어온 다른 혼처는 싫고 처음 얘기된 자신에게만 마음이 뺏겼음을 알고 목에 힘이 들어간 것이지요. ‘가난한 집이라도 가풍’이 있다는 말은 당당한 말이지만 ‘처자를 두고 밖으로 돌아다닐 일이 많다’는 선언은 지금 같으면 꿈도 못꿀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