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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90. 육혈포강도단이 출현한 1923년 연말과 지금


“경성시의 중앙에서 육혈포를 가진 강도단이 발견되얏다! 년말이 되자 경향을 물론하고 절도와 강도가 횡행한다-하는 소식이 새삼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불안케 한다. 도적이야 어느 때인들 업섯으리오 만은 년말이 되야 더욱 심하게 됨은 무슨 까닭이며 이로 인하야 인심이 불안하게 된 것은 무엇을 의미함인가” 

위 내용은 1923년 12월 22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연말의 불안(年末의 不安)”이라는 기사입니다. 육혈포란 권총을 뜻하는데 서울 한복판에 권총 든 강도단이 나타난 것은 경찰 단속이 엄중치 못해서도 아니고, 사람 마음이 전보다 더 악해진 것도 아니며, 오직 생활이 극도로 불안해진 까닭이라고 말합니다.  

생활의 불안은 1923년 당시 흉년에 이은 일제의 쌀 수탈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1911년부터 시작된 토지조사사업으로 조선인은 소작농으로 전락했고 그나마 생산된 쌀 대부분은 일본으로 빼돌려졌기에 조선인의 고초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견주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저물어 가는 경인년 길목에 서서 헐벗고 굶주린 이웃이 없는가를 되돌아보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