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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왕이 칙어로 내린 말 "국위선양"

명치왕이 칙어로 내린 말 ‘국위선양’

                                        
우리 동포가 원양 선박의 선장이 된 것도 자랑, 국제적인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는 것도 자랑, 어느 분야에서든지 이름이 났다하면 민족의 영웅으로 칭송된다. 우리는 이것을 “국위선양”이라하지만 이 말은 과거 왜인들이 즐겨 쓰던 말로 군국주의 냄새가 물씬 풍겨서 그 말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운 것이 내 심정이다.
      <장강일기, 정정화, 학민사>

나라를 빼앗기고 스무 살 새댁의 몸으로 압록강을 넘어 상해 임시정부의 맏며느리 노릇을 도맡아 하던 정정화 여사는 그의 임시정부시절 이야기 책 속에서 ‘국위선양’이란 말이 “군국주의 냄새로 메스껍다”고 했다. 도대체 국위선양이란 무슨 말이며 어디서 유래한 말이길래 메스껍기조차 한 것일까?

일제강점기 때 미나미총독의 조선인 길들이기 5대 지침 중 하나인 ‘서정쇄신: 여러 방면에서 정치 폐단을 고쳐 새롭게 함’은 표준국어대사전 속에 있는데 ‘국위선양’은 없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말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하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닌 게 아니라 ‘국위선양’이란 말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고 답도 있었다.

“국위선양(國威宣揚) : 나라 국, 위엄할 위, 베풀 선, 오를 양. 말 그대로입니다. 나라의 권력이나 위엄을 널리 떨치게 한다는 뜻입니다. '외국에 나가서 국위선양을 했다.'라는 말을 예로 들어드리겠습니다. 외국에서 잘못 알고 있는 우리의 문화나 역사 등을 제대로 알리는 것입니다. 말이 굉장히 거창해서 그렇지 사소한 것에서부터 국위선양을 할 수 있습니다. 나라의 권위를 지키는 것. IT 강국으로서 세계를 향해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것도 국위선양이라고 할 수 있죠.    -네이버 지식인 2009.7.14-

정말 그럴까? 한번 살펴보자. 일본 위키백과에 나온 국위선양을 보면, “億兆安撫国威宣揚の御宸翰とは、明治元年3月14日(1868年4月6日)、五箇条の御誓文の宣言に際して明治天皇が臣下に賜ったことば”라고 풀어 놓았다. 번역하면 “억조안무국위선양 어신한은 명치 원년(1868.4.6) 5개조 선언 발표 시에 명치천황이 신하에게 내린 말”이라는 뜻인데 좀 더 위키백과 설명을 보충하면 “중세이후 천황이 힘을 못 쓰고 정권을 풍신수길 등 사무라이에게 오랫동안 빼앗기면서 군주와 신하사이에 틈이 생겼다. 이런 상태로는 군림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사무라이 정권(막부타도)을 청산하고 권력을 되찾은(명치유신) 이 마당에 백성을 살피지 않는 것은 천황인 나의 불찰이다. 뼈를 깎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선정을 베풀 것인 즉 백성들도 나의 방침을 잘 이해하여 사견을 버리고 천황을 도와 국가를 지키고 황국신민을 있게 한 시조신(皇祖皇宗の神霊)을 위로하여 일본을 만세일계에 알려야 할 것이다.”는 것이 이른바 ‘국위선양’이다. 국위선양이란 일본을 찬양하라는 말로써 한국인과는 무관한 말이다.

이말은 1908년 6월 5일 <대한학회월보> 노정학의 ‘외국무역론’에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1930년대 이후 신문 잡지에서 집중적으로 보인다. <삼천리, 제12권, 제7호,1940.7.1>일 자 중일전쟁 3주년 기념이라는 제목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원문이 어려워 쉬운 요즘 말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시아 신질서건설을 방해하는 용공분자 중국의 장개석 일파를 타도하기 위해 천황군대를 중국의 400주에 주둔한지 4년째, 이번 7월 7일로써 만 3년이 된다. 그동안 황군은 성전(聖戰)의 완수를 착착 거두어 가고 있다. 이제 감개 깊은 이 날을 맞아 희생된 28명의 황군장병 영령에 진심으로 고개 숙이며 그와 동시에,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들은 더욱 일치단결하여 멸사봉공 정신으로 정부와 군을 도와 빠른 시일 내에 이 성전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행동 강령 5개조 가운데 2번째에 ‘국위선양’이 있다. “ 二. 祈願祭=神祠에서는 出征將兵의 武運長久를 비는 祈願祭를 하며 神道, 佛敎, 基督敎에서는 戰沒將兵의 慰 藉法要와 國威宣揚, 皇軍將兵의 武運長久를 기원할 것” 이라는 조항이 그것으로 곧 각 신사에서는 출정장병의 무사안녕과 싸움터에서 국위선양(일본을 선양)할 황군장병의 무운장구를 빌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국위선양’은 일본에서 국위+선양을 합쳐 만든 말로 그 뜻은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 ‘나라의 권위나 위력을 널리 떨치게 함’이라는 단순함을 넘어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의 음흉한 과거가 숨어 있는 말임을 알아야한다. 광복 66주년을 맞이하는 2011년에도 여전히 식민시대의 잔재인 ‘국위선양’이란 말을 쓰는 것은 스스로 ‘명치시대의 백성’이라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랴!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59yoon@hanmail.net)


*이 원고는 <사쿠라훈민정음,인물과사상,2010>에 이어 나올 2탄 원고임.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