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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73. 신라호텔은 이등박문 절터라 한복 출입 거부했나?

   

“한복은 위험한 옷이라 저희 식당 출입을 금합니다.” 2011년 4월 13일 자 경향신문에는 희한한 제목의 기사가 올랐습니다. 내용인즉슨 한국 최고의 호텔 신라 뷔페레스토랑에 약속이 있어 영화 의상 제작으로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가 한복을 입고 갔다가 “한복은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는 위험한 옷”이라는 말과 함께 식당 출입을 거부당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기사입니다.

신라호텔이 들어서 있는 자리는 이등박문을 추모하기 위한 절 박문사(博文寺)가 있었던 곳으로 이 절이 자리한 언덕을 춘무산(春畝山)이라고 불렀습니다. 춘무는 이등박문의 호이고 박문사의 박문은 이등박문(伊藤博文)에서 따온 이름이지요. 조선의 원흉 이등박문을 위한 기도절은 그의 23주기 기일인 1932년 10월 26일에 완공되었습니다. 낙성식에는 조선총독 우가키와 이광수, 최린, 윤덕영 등 친일부역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정무총감 고다마 (兒玉秀雄)에 의해 세워진 박문사는 "조선 초대통감 이등박문의 뛰어난 업적을 영구히 후세에 전하고 일본불교 진흥 및 일본인과 조선인의 굳은 정신적 결합"을 위해서였다고하나 사실은 내선일체의 표본으로 지은 것입니다. 일제는 무례하게도 박문사 건축에 광화문의 석재, 경복궁 선원전과 부속 건물, 남별궁의 석고각 등을 가져와 썼으며,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을 떼어 정문으로 삼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 절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뒤 철거되었고 이 자리에 지금 한복입은 사람을 거부한 식당을 거느린 신라호텔이 이 자리에 들어선 것입니다. 제나라 옷인 한복을 '위험한 옷'이라고 하는 식당이나 이를 관리 못한 신라호텔 터엔 아직도 이등박문의 망령이 서리서리 한 것만 같아 못내 씁쓸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