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바라기를 그린 화가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지만 조선시대 때 자신의 눈을 찔러 애꾸가 된 화가가 있습니다. 벗과 함께 금강산에 유람갔다가 아름다운 구룡연 호수에 빠져 죽겠노라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일화가 있는 화가 최북(崔北, 1712~1786?)은 자신의 그림에 자부심이 강했던 만큼 권력자의 비위에 맞는 그림을 그리지 않은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런 최북의 그림에 호계삼소(虎溪三笑)가 있습니다. <호계삼소>는 중국 동진 시대의 고승 혜원 법사가 친한 벗을 만난 즐거움을 묘사한 그림이지요.
혜원 법사는 동림사라는 절에서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던 수행자로서 한 번도 동림사 앞을 흐르는 시내를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손님 배웅 길에도 이 시내를 건넌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시인 도연명과 도사 육수정이 찾아옵니다. 이들과 지내다 배웅 길에 그만 시냇물을 건너고 말았지요. 얼마나 이야기에 빠졌으면 시내를 건넌 사실조차도 잊다가 호랑이 소리가 들리자 그때야 시내를 건너지 않는다는 원칙을 깬 것을 알고 세 사람이 모두 웃었다는 그림이 호계삼소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각각 유·불·선 세 종교의 수행자여서 유·불·선 합일이라는 뜻으로 이 그림을 풀기도 하는데 미술사학자 조정육 선생은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벗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조선시대 후기 화가 전기(田琦 : 1825∼1854)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와 함께 벗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그림입니다.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의 말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벗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