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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88. 조선은 유교국가이니 대장경을 간직한들 어디에 쓰겠느냐?

   

“나라에서 불교를 믿지 않으니, 가지고 있은들 어디에 쓰겠느냐? 달라는 대로 주는 것도 괜찮으니, 그것을 의논하여서 하라.” 그러자 노사신(盧思愼)은 말하기를, “《대장경》은 국가의 긴요한 물건이 아니니, 내려주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이는 성종실록 244권 21년(1490 ) 9월 24일 자에 나오는 ‘일본에 대장경을 퍼주라.’라는 기록입니다.

한국의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은 목판본이 1,516종에 6,815권으로 총 8만 1,258매이며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과 속장경(續藏經)은 몽골의 침입 때 불타버린 뒤 1236년(고종 23) 만들기 시작하여 1251년 9월에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세계의 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체재와 내용도 가장 완벽한 것으로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거의 없기로 유명합니다.

유교나라이기에 ‘가지고 있어봐야 쓰일 데가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았던 팔만대장경은 일본에서 그 가치를 일찌감치 눈치 채어 대장경 요구가 끈질기게 시작되는데 고려 우왕 14년(1388) 포로 250명을 돌려보내 주면서 처음 달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 효종 때까지 무려 83회나 대장경을 달라고 요구해옵니다. 교토 남선사를 비롯한 도쿄의 증상사 등 일본의 많은 사찰에 건너가 있는 대장경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문화의 고갱이인 《팔만대장경》은 뛰어난 인쇄술과 서지학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 역사, 설화 등을 간직한 당대 최고의 ‘문화결집체’인 것이지요. 이는 특정 종교의 경전이라기보다는 과거 천 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 천 년의 지혜를 밝히는 우리 겨레의 등불로써 이제는 일반인들도 그 내용을 널리 읽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