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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효자가 애달피 지키던 무덤 / 햇살 고운 아침 새악시 처럼 / 연붉은 자태로 피고도 드러나지 않는 꽃 / 화려하고 큰 것만이 어찌 아름다우랴 / 작고도 야무지게 피어난 꽃 / 다 자라고도 언제나 겸손한 애기풀 꽃." - 김신조 '애기풀 꽃'-
다 자라도 언제나 애기풀 꽃이라 불리는 꽃을 시인은 '겸손'하다고 합니다. 애기풀은 산과 들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랍니다. 할미꽃과 함께 이 가녀린 애기풀은 이름 모를 무덤가에 피어나지요. 꽃은 4∼5월에 연한 붉은색으로 피고, 키가 10∼30cm 정도로 작습니다. 한방에서는 애기풀을 과자금(瓜子金)이라고 하여 약재로 쓰는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여주며, 불면증ㆍ인후염ㆍ부스럼 등에도 쓴다고 합니다. 한국ㆍ일본ㆍ중국ㆍ필리핀ㆍ인도차이나 등에서 자랍니다.
꽃말이 “은자(隱者)” 곧 숨어지내는 사람인 애기풀 꽃은 잔디 사이에서 자라 키가 그리 크지도 않을뿐더러 꽃도 작고 화려하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은자라고 하면 숨어지내는 이의 대명사인 중국 요순시대 허유(許由)가 생각납니다. 허유가 숨어 지낼 때 임금이 자신을 찾자 어지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냇가에 가서 귀를 씻었다지요. 세상 공명에 연연하지 않던 사람 허유처럼 애기풀 또한 그런 은자를 닮아 키도 작고 화려하지도 않아 사람의 눈에 띄려고 하지 않는 들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