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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06. 3대 애국지사 집안 오희옥 여사를 찾아가다

   

   

보훈의 달을 맞아 생존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를 만나러 수원의 보훈복지타운 아파트에 간 것은 2011년 5월 30일이었습니다. 그 며칠 전 수유리 애국지사 묘역에서 있었던 후손 없는 광복군 추모회에서 뵈었던 덕에 아파트 현관문에 나와 서서 글쓴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올해 86살의 오 여사는 광복군 출신답게 정정했습니다. 열세 평 아파트 안방에는 훈장이 자랑스럽게 걸려있고 부군이 돌아가신 후 혼자 깔끔하게 해놓고 사시는 모습이 광복군 부대의 내무반을 보는 듯했습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해 홍구공원 거사 후 일제의 압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중경에 도착할때까지 27년의 유랑길에 오르는데 이때 장사(長沙)로 가는 길에 트럭과 목선을 타고 한 달간 양자강을 힘겹게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며 유주에서 언니 오희영과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이야기, 중경 가까운 토교에서 청화중학교를 다닌 이야기 등은 현지를 답사한 적이 있는 글쓴이에게는 더욱 실감 나게 들렸습니다. 교통이 좋은 오늘날도 광활한 중국 대륙을 이동하기란 쉽지 않은 터에 100여 명이나 되는 임시정부 가족들이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며 피난 생활을 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오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놀란 것은 이 집안이 대단한 독립군 집안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국권회복의 일념을 품고 의병항쟁 활동을 한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 별동대장과 경비대장으로 활동한 아버지 오광선 장군, 그리고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하여 맹활동을 한 어머니 정현숙(다른 이름, 정정산)은 물론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광복군 참령(參領)으로 복무한 형부 신송식에 이어 오 여사의 언니 오희영 여사는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한국 광복군 제3지대 대원 등으로 활동하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어머니, 언니 오 여사에 이르는 여성들도 당당한 광복군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오 여사는 광복 후 1954년 수원 매산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1991년 서울 홍제동 고은국민학교에서 평교사로 정년퇴임 한 분 답게 중국에서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안타깝게도 3대에 걸친 독립운동사 한 권쯤은 벌써 나왔어야 할 텐데 제대로 조명된 일가족의 독립운동사 하나 없이 낡은 상자 속 흑백 사진만이 그때를 말해주고 있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직은 수원의 보훈 아파트에서 수유리 애국지사 묘역까지 혼자 찾아 다닐 만큼 정정하신 애국지사 오 여사는 찾아온 사람이 반갑고 그립다는 듯 인터뷰를 마치고 글쓴이가 보훈아파트를 다 빠져나올 때 까지 입구에 서서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진 세월을 견뎌내신 애국지사의 무병장수를 새삼 빕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