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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64. 마누라 치마까지 벗겨가던 조선시대 '투전'

 


 

그제는 우리 겨레 가장 큰 명절 한가위였습니다.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셨나요? 그런데 명절에 식구가 모이면 많은 가정에서는 화투로 밤을 샙니다. 흔히 고스톱이란 걸 치지요. 화투가 일본인들이 의도적으로 조선에 퍼뜨린 것이란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지금은 화투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선시대에는 투전이란 게 있었는데 무엇이든 돈을 걸고 하면 노름이됩니다.

“투전이란 게 웬 놈의 물건이라 / 내 속을 이리도 끓인단 말이오. / 도둑놈처럼 내 치마를 벗겨가고 / 솥까지 팔아먹고 / 그때부터 연 사흘을 굶었는데 / 한 번 가더니 다시는 안 돌아왔소 / 밤중에 혼자 빈방에서 한숨만 쉬는데 / 어린 것들은 울면서 잠도 못 잤더랬소”

위 시는 정조 임금 때 문신이자 학자인 윤기(1741년 ~ 1826)의 책 ≪무명자집(無名子集)≫에 나오는 “투전자(投錢者)”란 시 일부입니다. 투전을 하다가 처의 치마를 다 벗겨가고, 솥까지 팔아먹으니 식구들은 굶을 수밖에 없었지요. 당시 투전의 폐해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조 15년 9월 16일 조선 후기의 문신 신기경은 투전을 금하고, 투전을 팔아 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엄격히 벌을 줄 것을 상소했고 이에 정조는 법으로 금지했지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담배를 피우지 않고 투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사람이겠는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지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투전 말고도 골패, 바둑, 장기, 쌍륙, 윷놀이를 좋아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투전과 골패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한국의 연예인 가운데는 외국까지 원정도박을 갔다가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를 보는데 예나 지금이나 도박은 개인을 파탄으로 몰고 나라 전체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