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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78. 세상을 바꾼 101가지의 하나 주판 - 그때를 아십니까? ⑪

   

“254전이오, 732전이오, 598전이오, 992전이오, 634전이면?”
교실에서 낭랑한 선생님의 호산 목소리가 들리면 이내 학생들은 3,210전이라고 대답합니다. 바로 예전 60~70년대 흔히 보던 교실풍경이지요. 당시는 “주산경시대회”라는 것도 있었고, 상업학교에선 부기와 함께 주산(珠算)이 필수과목이었는데, 은행 직원으로 들어가려면 꼭 배워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가게들에선 손님에게 상품을 판 다음 주판(籌板)으로 계산하곤 했습니다.

또 기억이 나는 것은 주판알이 빡빡해서 잘 안 움직일 때는 쌀 속에 주판을 넣어서 문지르면 쌀겨 덕분에 주판알이 매끄럽게 움직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개구쟁이들은 주판을 뒤집어놓고 썰매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전자계산기가 나오고,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주판은 저 멀리 추억의 공간으로 사라졌지요. 그러다 최근엔 주산이 머리 발달에 좋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일요판이 뽑은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에도 뽑힌 주판은 기원전 3000년 무렵 바빌로니아 사람에 의해 발명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후한 말의 서악(徐岳)이 쓴 ≪수술기유(數術記遺)≫에 주산(珠算)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당시에 이미 주판을 썼다고 짐작되며, 서양의 메소포타미아지방에서는 3,000∼4,000년 전에 널빤지에 모래나 분말을 놓아 셈하는 토사주판을 썼다고 하지요.

이 중국의 주판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임진왜란을 통하여 일본에 전래하였습니다. 본디 우리나라나 중국의 주판은 윗줄에 5개로 셈하는 알이 2개, 아랫줄에는 1개를 나타내는 5개의 알로 만들어졌으나, 일본에서 이를 개량하여 윗알 1개를 줄였으며 뒤에는 아래알도 4개로 바꾸었고 이것이 1932년에 거꾸로 우리에게로 들어왔지요. 이제 이 주판도 근현대사박물관의 전시물로나 볼 수 있어 추억의 저편에 아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