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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살던 집에서 삶을 마감하려는 일본의 노인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삶을 마감하는 일은 슬픈 일일까? 자유를 만끽 하는 것일까? 일본의 신문지상에서 심심찮게 보도되는 이른바 “독거사(獨居死)”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일본사회에 대두 되고 있다. 일본말로는 “在宅ひとり死, 자이타쿠히도리시”라고 하는데 적당한 우리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독거사(獨居死)’로 해보았지만 “재택1인죽음”, “자기집에서 죽기” 등으로 바꾸어도 마땅치는 않다.

2012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자택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10명중 1명에도 못 미치며 나머지는 모두 병원이나 양로원 등의 시설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개호보험(介護保險)”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지만 실질적으로 노부모를 보살필 여력이 없는 가족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월말 도쿄시내에서 열린 사회학자 우에노(上野千鶴子) 씨의 ‘독거사’ 세미나에는 무려 450명의 고령자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몰렸다는 소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우에노 씨는 ‘독거사’를 맞이하려면 첫째 본인의 강한 의지 둘째 경제력 셋째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천만 엔이나 하는 유료 양로원에 그간 모은 재산을 모두 쏟아 붓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재택개호(在宅介護)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발상의 전환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24시간 방문간호를 받다가 죽음에 임박해서 가정부를 들인다면 1개월에 45만 엔(646만원) 정도로 서비스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고독사(孤獨死)’가 아니라 ‘자립사(自立死)’라는 관점에서 책을 쓴 야베(矢部武) 씨는 ≪혼자 죽어도 고독하지 않은 자립사 선진국 미국≫이라는 책으로 일본  사회에 ‘독거사(獨居死)’ 문제를 담론화 하고 있다. 야베 씨는 이 책에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70살의 남성은 자기보다 더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자원 봉사를 하는데 자신이 더 늙으면 베풀었던 봉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독거사(獨居死)’이든 ‘자립사(自立死)’이든 자신의 의지만 분명히 있다면 평생 살아온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삶을 마감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것은 고독한 일이 아니며 자유임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고급양로원을 가기 위해 노후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평소 노인을 돕는 자원봉사를 많이 하고 따뜻하고 믿음직한 이웃을 많이 만드는 게 점점 심화되는 무연사회(無緣社會)에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일본 한자는 구자체를 썼습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