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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 초 " 1945년 광복에 이어 정부를 세울 무렵에는 당시 문교부가 솔선하고 교육자들과 언론인들이 호응해서 일본말 찌꺼기를 씻어내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지식인들이 이 일을 점점 게을리하더니, 최근에는 거의 우리말에 끼어든 적이 없는 일본말을 들여다 쓰면서 첨단지식인 양 우쭐거리는 모습이 자못 심각해져 간다. 우선 많이 배웠다는 이들이 민본주의를 상징하는 말처럼 쓰는 ‘민초’(民草)가 문제다.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에는 “백성을 달리 일컫는 말”이라 하고, <국어대사전>(민중서림) <표준국어대사전>(국어연구원) 따위에는 “백성, 민중, 인민을 무성하는 풀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했지만, 두루 궤변에 가깝다. 백성을 뜻하는 우리 한자말은 ‘공민, 국민, 농민, 생민, 서민, 시민, 인민, 천민(天民), 천민(賤民), 촌민(村民), 평민 …’ 들처럼 쓰므로 ‘초민’(草民)이라면 그런 대로 백성을 뜻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거꾸로 써서 ‘민초’라고 하면, 백성을 뜻하기보다는 무슨 풀의 이름 같다. 일본어 사전을 보면 민초(民草)를 ‘다미구사’(たみくさ)라 읽으며, “백성을 풀에 비유한 말”이라고 했으니, 백성을 존중하는 뜻보다는 바람 부는 대로 쓰러지는 하찮은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우리말의 ‘풀’은 곡초나 약초, 향초 따위가 아니고, 곡초의 성장을 가로막는 잡초나 마소에게 먹일 들풀을 뜻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쓴다 해도 이는 지나치게 ‘자학적’이 되므로 국민·생민·서민·시민·촌민·인민·평민 들의 뜻을 두루 싸안고, 가장 쉽고 순수한 ‘백성’을 친근하게 씀이 옳지 않을까? 이수열 / 국어순화운동인 한겨레신문 /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