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의 바탕길은 오직 어둠과 밝음, 여성과 남성 따위의 음양과 쇠, 나무, 물, 불, 흙 따위의 다섯 원소(오행)로 이루어진다. 땅과 우주가 어울려 우주 만물의 바탕(태극)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움직이고 고요해지는 흐름 속에 음양이 생긴다. 무릇 하늘과 땅 사이의 어떤 생물이든 이러한 음양의 이치를 버리고 어찌 살아가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말소리에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다만 사람이 살피지 못했을 뿐이다.
정음을 만든 것은 처음부터 지혜로써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에 담겨 있는 근본 이치를 밝혀냈을 뿐이다. 이처럼 자연을 움직이는 이치와 말소리를 내는 이치가 본래 같은 것이니, 훈민정음과 같은 자연의 문자를 쓴다는 것은 곧 하늘과 땅, 그리고 귀신과 더불어 그 문자를 쓰는 것과 어찌 같지 않겠는가.“